요즘 제일 뜨거운 술은 가장 작은 증류소에서 나온다. 지난 10년간 미국의 ‘크래프트 증류소’가 35개에서 7백50개로 팽창했다. 금주법 이후로 제대로 손댄 적 없던 법규가 풀리면서 괴짜 증류소들은 살 판이 났다. 이 술이 그 결과물이다. 도심의 작은 증류소에서 만든 술 열두 가지는 이렇게 생겼다.












요즘 제일 뜨거운 술은 가장 작은 증류소에서 나온다. 지난 10년간 미국의 ‘크래프트 증류소’가 35개에서 7백50개로 팽창했다. 금주법 이후로 제대로 손댄 적 없던 법규가 풀리면서 괴짜 증류소들은 살 판이 났다. 이 술이 그 결과물이다. 도심의 작은 증류소에서 만든 술 열두 가지는 이렇게 생겼다.
프렌치 요리가 봄날을 지나면서 더 가벼워졌다. 확 달라진 공기는 새로운 동네에서 시작됐다. 연남동과 성수동에 이제 막 문을 연 프렌치 비스트로 네 곳을 찾아갔다. 메뉴판을 보며 숫자 계산을 하지 않아도 되는 가격, 눈치 볼 것 없는 분위기, 무엇보다 훌륭한 음식. 서울의 프렌치 비스트로는 이제 진짜 시작이다.
수평이 안 맞아 덜그럭 거리는 원형 테이블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의 코트 자락이 눈앞을 스쳐도 그러려니 하며, 파리의 어느 골목 작은 비스트로에서 두 시간 내내 오로지 밥만 먹는 시간. 거창한 감상은 관광객만의 것이겠지만, 그곳에서 먹은 접시 위 오리 가슴살 구이의 맛은 바랜 적이 없다. 문화를 먹는다는 말은 괜한 꾸밈일지도…. 맛있는 접시 앞에선 오로지 혀만 펄럭인다.
다행히 국경을 넘어야 원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시절은 저 멀리 지나가고 있다. 일본에서 최고의 파스타 한 접시를 비운 적도, 서울에서 파리 뒷골목을 맛본 적도 많다. 하지만 오늘 저녁 식사 장소를 정하기 위해 ‘프렌치’라고 말하는 순간 덜커덕 머뭇거렸다면, 그건 어떤 장벽 때문일까? 아직까지 프렌치 요리는 우리나라에서 ‘고급 양식’으로 해석된다. 파스타나 피자에 비하면 마음먹고 식당을 찾아가야 하는 요리다. 와인을 곁들이면 가격대는 더 올라간다. 월급 탈 날만을 기다리거나,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원하는 술과 메뉴를 모두 주문한 뒤 계산서를 보지 않은 적도 있다. 문을 연 지 이제 한 달 된 프렌치 비스트로 ‘앙프랑뜨’의 그레고리 드프레즈 셰프도 10년째 한국에 살면서 비슷한 벽을 느꼈다.
“처음 한국에 온 2001년, 그리고 프랑스에 갔다가 다시 돌아온 2007년까지만 해도 프렌치 요리는 한국에서 특별한 음식을 즐기는 부유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선보이는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최근엔 달라졌죠. 외식 사업차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들의 생각도 바뀌고, 한국에서도 새로운 세대가 출현했어요. 비스트로다운 비스트로가 프렌치 요리를 친근하게 만드는 기능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건 셰프들의 열정이기도 해요. 이제 프렌치가 재산을 탕진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음식이 됐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열정이요.”
프렌치 요리는 프랑스의 기념품이 아니다. 당연한 사실인데도 동네 밥집처럼 편하게 다가온 경험이 희미했기에…. 남 몰래 어색했던 이 기운은 눈에 띄게 낮아진 가격을 쬐고 천천히 녹는 중이다. 과거에 비해 수입 식자재의 가격이 내려간 덕도 있고, 셰프들이 더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덕도 크다.
키친로딩의 김 로이든 셰프는 남기는 재료 하나 없이 주방을 운영하려고 한다. 성수동에 있는 키친로딩은 지난해 11월부터 기존의 함박스테이크 전문점 콘셉트를 버리고 새로운 셰프를 영입하며 프렌치 비스트로로 전향했다.
“프렌치 요리의 식재료를 최대한 국내에서 공수하려고 합니다. 아티초크가 비싸다 싶을 때 국산 나물로 대체해보는 식이에요. 푸아그라가 이렇게 비싼데, 꼭 이걸 써야 할까? 그럴 땐 과감히 빼고 다른 메뉴를 짜는 거예요. 회사가 청송에 농장을 가지고 있어 채소류도 저렴하게 받고 있고, 남양주 ‘준혁이네’, 광명 ‘잇츠허브’ 등 농장에서 직송으로 거래하고 있어요. 제철이라 가격이 저렴해진 재료를 쓰기 위해 그때그때 메뉴를 바꾸고, 남으면 발효시키거나 식초를 만들어요. 사과 껍질로 식초를 만들거나 남는 청어로 피클을 만들죠. 정말 쓰지 못하는 식재료는 모아다가 퇴비를 만들어 다시 청송 농장으로 보내고요. 메뉴 가짓수를 줄이고, 대신 자주 바꾸는 식으로 운영해야 해요. 작은 비스트로라서 가능한 일이기도 하고요.”
대신 셰프는 1인 다역을 견딘다. 오픈 주방이라 고객 응대와 서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오전 8시부터 장을 보고 밤 11시까지 쉬지 않고 일한다. 그 덕에 저녁 3코스에 3만8천원, 점심에 판매하는 생면 파스타는 1만2천원이 가능해진다.
렁팡스는 쉴 새 없이 기계가 돌아가는 성수동 골목에 두 달 전에 자리를 잡았다. 성수동이라는 동네 덕에 메뉴판의 가격이 훨씬 가벼워지기도 했지만, 이 골목이 식당의 공기도 바꾸어놓았다. 수마린, 메종 드 라 카테고리에서 일하던 김태민 세프는 밤이면 착 가라앉는 이 골목이 맘에 들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북적이는 걸 싫어해요. 뚝섬역 쪽도 아니고 이 골목은 정말 도박일 수도 있는데, 취향을 따르기로 했어요. 파리의 네오 비스트로 몇 군데를 갔는데 관광지가 아닌 구석에 자리 잡은 걸 봤어요. 물론 성수동은 그곳보다, 그리고 청담동이나 한남동보다 프렌치에선 더 척박하니까 훨씬 쉽고 편안한 메뉴로 구성했어요. 양파수프 같은, 정말 클래식한 비스트로 메뉴보다는 프렌치가 깔려 있지만 흔하게 접하지 못한 접시를 고민했죠. 앤다이브, 아스파라거스, 관자, 새우 같은 익숙한 재료 안에서 쉽게 쉽게요. 프렌치를 처음 접하는 이들은 ‘이런 것도 있네’라는 반응이 나오고, 프렌치에 익숙한 이들은 ‘쉽네’ 할 수 있게요. 너무 신기하거나, 너무 뻔한 건 피하고 싶었어요.”
구석 자리를 좋아하는 셰프의 취향을 반영해 테이블 사이사이에 좁은 벽을 세웠다. 구석 자리에 끼어 앉아 있는 기분이 비스트로의 맛을 살렸다. 코스를 내지 않고 단품으로만, 디저트까지 다 합쳐서 열다섯 가지 남짓한 선택지도 김태민 셰프를 닮았다.
네오 비스트로는 ‘뉴 스타일 비스트로’, ‘비스트로노미’라고도 부른다. 파인 다이닝을 내는 레스토랑과 편하게 식사할 수 있는 비스트로의 중간 개념쯤 된다. 1992년, 이브 캉데보르드 셰프의 ‘르 꽁뜨와’가 새로운 비스트로의 1세대라면, 2006년 문을 연 이나키 애즈피타르트 셰프의 ‘르 샤토브리앙’ 같은 곳이 네오 비스트로를 이끈 두 번째 물결이다. 2011년부터 생겨난 ‘사튄’, ‘셉팀’ 등도 네오 비스트로의 강자들. 강한 소스보다는 재료의 맛을 살리고, 채소를 비롯한 식재료를 정성껏 공수하고, 재기발랄한 메뉴를 선보인다. <비스트로노미>의 저자인 제인 시갈은 기존 비스트로와 네오 비스트로를 이렇게 비교했다. 기존 비스트로가 흰색이나 체크 식탁보를 깔았다면 네오 비스트로는 아무것도 깔지 않고, 기존 셰프들이 더블 브레스티드 흰색 셰프 재킷을 입었다면 네오 비스트로 셰프들은 파란색 설거지용 앞치마와 티셔츠를 입고 여기저기 타투를 한다. 화장실의 에이솝 비누도 네오 비스트로의 필수품이다.
서울의 비스트로는 지금 어느 지점쯤에 흩어져 있을까. 비스트로도,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도, 위아래 그득한 프랑스에 비하면, 우리는 아직 채워야 할 빈 공간이 많다. 파인 다이닝과 함께, 편하게 프렌치를 즐길 수 있는 비스트로가 동네 곳곳을 채우면 네오 비스트로도, 최근 프랑스에서 자주 보이는 동남아 문화가 섞인 새로운 형태의 비스트로도 갑자기 툭 튀어나올 지 모른다.
연남동 랑빠스81은 비스트로보다는 ‘부숑’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하다. 부숑은 리옹식 선술집을 뜻하고 육가공 메뉴가 더 풍성하다. 이태원에서 프렌치 파인 다이닝과 베이커리를 운영하던 그레과르 미쇼 셰프가 전지오 셰프와 손잡고 올해 초 문을 열었다. 그레과르 미쇼 셰프는 우직하게 클래식 프렌치를 밀고 나가는 스타일이다. 함께 일하는 전지오 셰프 역시 그 점이 맞아 친구이자 동업자가 됐다고 설명한다.
“빠떼 깡파뉴, 까술레, 오리 리예트 등 정말 전형적인 부숑의 메뉴들로 채웠어요. 간도 과감하고 짭짤하게 와인과 마시기 좋도록 했고요. 프레시 소시지 7~8종, 드라이 미트 7~8종 정도를 늘 갖춰두려고 해요. 다양한 사퀴테리를 직접 만드니까 시도를 많이 해볼 수 있어 좋아요. 물론 사퀴테리가 한국 사람들에게 익숙한 프렌치 요리는 아니겠지만, 요즘 손님들은 거부감도 없더라고요.”
서울의 프렌치 비스트로가 진짜 현지처럼 될 수는 없다. 연남동과 성수동이라는 친근한 동네에 생긴 저렴한 프렌치 비스트로라도 여전히 프렌치 요리를 연착륙 시키기 위해 고민한다. 한국 손님들을 위한 아이디어, 타협, 양보의 공간을 널찍하게 열어둔다. 그중 하나가 ‘파스타’를 찾는 손님을 위한 메뉴다. 프렌치 식당이지만 이탤리언이 익숙한 손님들이 (특히 점심에) 파스타를 원한다. 물론 프렌치 요리에도 파스타가 있고 가니튀르(주요리에 곁들이는 재료)로 파스타를 넣을 때도 있다. 하지만 프렌치 요리의 색을 선명하게 유지하기 위해 모두에게 익숙한 파스타는 피하려고 노력한다. 앙프랑뜨에서는 허브 베르데 소스를 개발해 토마토소스를 피했고, 스타게티 면보다는 곡물처럼 생긴 프레골라를 선택했다.
앙트레, 메인, 디저트 순서로 서브되는 문화에 익숙지 않거나 음식에 대한 추가 설명이 필요해 셰프가 웨이터의 역할까지 소화하는 경우도 잦다. 키친 로딩의 로이든 김 셰프 역시 설명을 길고 자세하게 하는 편이다. 랑빠스81의 전지오 셰프도 요즘 주방보다 홀에 머무르는 시간이 더 길다.
문득 갈비찜이 먹고 싶다거나 불현듯 냉면이 떠오를 때는 많지만, 그간 프렌치 요리에 갈증을 느낀 적이 얼마나 될까? 그런데 지난 일주일간 연남동과 성수동의 작은 식당에 앉아 프렌치 요리를 싹싹 비웠더니 머릿속의 프렌치 식당들이 파르르 살아났다. 가장 동시대의 네오 비스트로를 구현하고 있는 제로 콤플렉스, 청담동 프렌치 비스트로의 두 터줏대감인 비스트로 욘트빌과 레스쁘아 뒤 이부, 여자 오너 셰프가 지키고 있는 해방촌 꼼모아와 방배동 그린 테이블, 그리고 더 분방한 프렌치를 보여주는 금호동 고메트리와 일본 식재료를 가미한 프렌치 파인 다이닝을 보여주는 신사동 엑스키까지…. 지금 이 순간, 너무 당긴다.
사진가 에이오르타 Aorta는 레스토랑 ‘노마’의 고전이 된 요리 세 가지를 정물사진으로 옮겨 담았다.
런던, 뉴욕, 도쿄만 칵테일의 도시인가? 요즘 뜨는 ‘바의 도시’ 다섯 곳을 고르고, 바텐더 다섯 명이 이 도시에서 이틀간 쉼 없이 마실 수 있는 ‘바 호핑’ 동선을 짰다.
대만에서 생산하는 ‘카발란’ 위스키의 품질과 인기만 봐도 이 도시의 바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일본만큼은 아니지만 위스키 종류가 풍성하고 전체적으로 활기차다. 우리나라로 치면 한남동에 있는 바 분위기와 비슷하달까? 시내에 리쿼숍이 많지 않아 바에서 좋은 술을 실컷 마시다 오는 게 남는 장사다. 첫째 날은 전망 좋고 캐주얼한 바, 둘째 날은 본격적으로 훌륭한 칵테일을 찾아 떠나는 일정으로 짰다. 박해나(삼성동 ‘몰트바 배럴’)
오픈 시간이 이르다는 게 호텔 바의 장점이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가서 우바 특유의 강렬한 색감의 칵테일을 즐기기 좋다. 10층에서 내려다보는 시내의 야경이 훌륭하니 늦은 시간까지 머물러도 좋겠다. + 추천 칵테일은 Hibiscus & Rose Fells. 향긋하고 달콤하다. woobartaipei.com
10 Zhongxiao East Road, Section 5, Xinyi District +886 2-7703-8887
아이리시 술을 전문적으로 갖춘 바다. 서서 술을 마시는 활기차고 자유로운 느낌인 데다 안줏거리도 다양하다. 우리나라는 별로 없는 아이리시 위스키가 많다. 섬세한 칵테일보다는 편한 술을 선택한다. + 기네스 생맥주. 아이리시 위스키인 부쉬밀과 콜라를 섞은 부쉬밀&콕.
No. 554, Guangfu S Road, Da’an District +886 2-2705-0300
골목길에 있는 데다 천장이 낮아 더욱 아늑한 느낌이 드는 바. 시럽과 비터를 직접 만들어 쓴다. 그럼에도 가격이 비싸지 않아 부담 없다. 문을 연 지 10년 정도라, 바 곳곳에 세월의 흔적이 쌓여 있다. 1년 간격으로 이 바를 방문했는데 바텐더가 바뀌지 않고 그대로여서 더 좋았다. + 우리나라보다 더 새콤한 맛이 강한 라임이 들어간 스푸모니, 직접 만든 진저비어를 쓴 모스코뮬.
40, Alley4, Lane 345, Section 4, Ren Ai Road +886 2-2731-4221
겉으론 영락없는 음식점. 벽에 있는 힌트를 찾아야만 겨우 바Bar로 들어설 수 있다. 낮은 조명 아래 적당히 생동감 있고, 적당히 정적인 분위기다. 왼손 손가락이 두 개뿐인 바텐더가 인상 깊었는데 지거를 잡는 것부터 셰이킹까지 전혀 무리가 없었고, 프로페셔널했으며, 무엇보다 멋있었다. + 패션프루트 위스키 사워. 한국에서는 맛보기 힘든 생 패션프루트로 만들었다. 열대 과일의 새콤한 맛을 살리면서도 균형을 잘 맞췄다.
No. 40, Lane 63, Section 2, Dunhua S Road, Da’an District +886 2-2708-6885
‘위스키 박물관’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만큼 방대한 위스키를 보유하고 있다. 백바를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경험이다. 특히 바의 뒷공간으로 가면 시가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공간이 나온다. + 라가불린과 함께 시가 ‘파르타가스 세리에 D No.4’를 피운다.
No.4, Lane 23rd, Section 2, An-Ho Road, Da’an District +886 2-2704-7818
도쿄 긴자의 바와 비교하면 교토의 바는 고집과 무게가 묵직하다. 바텐더가 손님의 의견에 좌지우지되는 느낌이 없고 그래선지 묘한 자존심도 느껴진다. 일본이 트렌디한 칵테일 기법을 받아들이는 데 주저한다고 해도 교토에 비하면 긴자는 유연한 편이다. 교토의 전통성에 순박함이 좀 더 가미된 곳이 (둘째 날 일정으로 넣은) 나라의 바다. 나라의 한적함과 나라 바 특유의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김재형(전 삼성동 ‘몰트바 오프’)
수상 경력이 화려한 바텐더들이 포진한 바. 이른 시간에 방문해 상대적으로 바텐더가 여유로울 때 대화를 나눠본다. 해외에서 바 호핑은 자신과 입맛이 잘 맞는 바텐더에게 추천을 받으며 도는 게 정석이다. 특히 이곳 바텐더는 교토 내 바텐더들과 친해 추천받기 좋다. + 서울의 바에서 늘 마시던 걸 주문한다. 그래야 이곳 바텐더의 성향을 비교할 수 있다.
434-2 Tachibanacho, Shimogyo-Ku +81 75-496-8679
bar-rockingchair.jp
일본 내에서도 찾기 드문 칼바도스 전문 바다. 바 자리가 7~8석밖에 안 되고 오너 바텐더 혼자 일하는 소규모 바다. 가격도 비싸고 매니악한 분위기지만 한 방향으로 집요하게 파고드는 일본 바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2F Wakabayashi Bldg, 446 Myomanjimaecho, Nakagyo-Ku +81 75-211-4737
calvador.jp
위스키부터 일본 소주까지 술 종류가 다양하게 구비돼있다.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왁자지껄해 꼭 대학가 앞 분위기다. 옷을 차려입지 않은 바텐더가 손님을 대하는 방식도 편하고 자연스럽다. 이 근방 바들에 비해 늦게까지 문을 열어 바 호핑 마지막 장소로 넣어도 무방할 듯하다.
2F Yurika Bldg, 96 nakajimacho, Nakagyo-Ku +81 75-212-2202
caamm.dreamlog.jp
2015년 월드 클래스 세계대회의 1위 바텐더를 배출한 바. 도쿄나 오사카가 아닌 나라에서 1위가 나왔다는 사실에 세계가 놀랐다. 젊고 쾌활한 카네코 미치토 바텐더는 자기 기준과 색깔이 명확한 칵테일을 만든다. 그런데 의외로 손님은 50~60대가 많다. 이게 나라만의 매력. + 월드클래스 세계대회에 출품한 칵테일.
1F Iseya Bldg, 26 Tsunofuricho +81 742-24-2200
나라호텔 1층. 낮엔 카페지만 밤엔 바로 변한다. 이 호텔 총무과 직원이었던 츠요시 미야자키는 2013년 일본 월드클래스에서 깜짝 1위를 차지했다. 이 바텐더의 열정과 태도가 이 바를 가장 빛나게 한다. + 나라의 지사케로 만든 칵테일. 사케가 전면에 드러나지 않았지만 균형이 좋았다.
1F Nara Hotel Honkan, 1096 Takabatakecho +81 742-26-3300
narahotel.co.jp
싱가포르 바와 바텐더를 유난히 좋아한다. 젊고 편하고 신난다. 칵테일을 만드는 기술도 어느 도시 못지않게 옹골차다. 일본처럼 숨막히게 정확한 느낌도 아니고, 미국처럼 슬렁슬렁 편해 보이지도 않는다. 첫째 날은 고급스러운 바 두 군데를 몰아서 가고, 둘째 날은 북적북적 신나는 곳으로 여러 곳 다녀볼 수 있게 골랐다. 김민홍(청담동 ‘키퍼스’)
에이징 칵테일이 특별하다. 유럽을 비롯한 다른 지역의 이름난 바텐더들이 만든 칵테일이 숙성되는 창고도 있다. 눈이 휘둥그레지는 재료 창고도 손님들이 볼 수 있도록 개방해뒀다. + 알렉스 크라티나의 It didn’t work out this time.
1 Cuscaden Road +65 6725-3377
regenthotels.com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손님을 압도하는 위스키 컬렉션이 인상 깊다. 이곳에서 바텐더로 일하면 정말 위스키 전문가가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달까? + 인디펜던트 바틀러 ‘실버 실 컴퍼니’의 글렌드로낙 싱글 캐스크 다크 셰리 22년.
9 Bras Basah Road, Rendezvous Hotel +65 6337-2201
theauldalliance.sg
클래식 칵테일과 시그니처 칵테일을 골고루 내는 곳. 갈 때마다 항상 만석인데 바텐더들이 칵테일을 빠르고 정확하게 만드는 게 인상 깊었다. 활기찬 분위기와 북적거림이 그 자체로 즐거움이 되는 바다. + 라모스 진 피즈. 지금껏 마셔본 것 중 최고였다.
101 Amoy Street +65 6223-9101
jiggerandpony.com
독특함으로 무장된 바. 분필로 쓴 암포를 따라 들어가야 어둑한 바가 나온다. 백바도 카페처럼 일률적인 병으로 장식돼 있다. 평소 보지 못했던 둥글둥글한 셰이커나 낙서 같은 메뉴판도 새로웠다. + 피노누아 와인을 초콜릿과 접목시킨 쇼콜라 피노.
7 Ann Siang Hill +65 6438-4057
operationdagger.com
싱가포르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 앞선 바에서 걸어서 6분 거리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는 시간이 더 걸린다. 페이스북에서 Keong Saik Snacks & The Library를 검색한 후 페이지에 들어가 그림으로 된 암호를 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 바텐더의 박력 있는 셰이킹이 특히 눈길을 끈다. + Rum DMC. 그림책을 응용해 만든 창작 칵테일이 풍성하다.
47 Keong Saik Road +65 6221-8338
뉴욕 바 호핑도 좋지만 원하는 곳에서 술을 마시려면 늘 긴 줄을 참아야 했다. 어쩐지 긴장한 듯한 바텐더가 많은 뉴욕에 비하면 시카고는 평화로운 마음으로 바 호핑을 즐길 수 있는 도시다. 시카고 시내는 강남구와 서초구를 합쳐놓은 듯한 크기라 차를 타고 이동하면 20분 내로 돌아다닐 수 있다. 권경욱(청담동 ‘원티드’)
2014년 MIXLDN 세계대회 우승자인 브랜든 필립스가 바텐더로 있는 바. 전형적인 미국의 ‘다이닝&바’ 형태로 이곳에서 저녁을 든든히 먹고 바 호핑을 시작하기 좋다. 바텐더가 한국 식재료를 활용해 만든 칵테일에 관심이 많다. + Kingdom of Koryo. 버번 위스키에 ‘비락식혜’의 윗물을 섞어 만든 독특한 맛의 칵테일이다.
2701 S Eleanor +1 312-724-8811
theduckinnchicago.com
그랜트 애커츠 셰프가 이끄는 알리니아 그룹에서 만든 분자 칵테일 바. 이곳의 헤드 바텐더가 2014년 월드클래스 세계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금은 다른 바텐더가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독특한 스타일을 유지 중이다. 바탑이 없고 철창 같은 벽 뒤 오픈 주방에서 수십 명의 바텐더가 칵테일을 만든다. + 올드패션드를 급속 냉각시켜 아이스볼처럼 내는 칵테일.
955 W Fulton Market theaviary.com
시카고의 자랑인 고층 빌딩에 자리 잡은 바. 해질 무렵부터 줄이 길게 늘어지는 이유를 들어서면 알게 된다. 바텐더의 역할보다는 시카고 야경이 더 강력한 곳이다. 맥주 한 잔 혹은 좋아하는 칵테일을 마시면서 바 호핑을 시작하기 좋다. + 시카고 크래프트 브루어리의 맥주 한 잔.
875 N Michigan Ave +1 312-787-9596
signatureroom.com
시크한 모습의 바텐더가 인상적인 곳. 이곳에서는 식사 대용으로도 충분한 시카고 스타일의 블러디메리를 꼭 맛본다. 시카고 블러디메리는 시카고 피자처럼 이 지역만의 음식으로 자리 잡아, ‘블러디메리 페스티벌’도 열린다. 브런치로 주말에만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 햄버거, 고기, 베이컨 등을 마구 올린 블러디메리.
441 N Clark Street +1 312-955-1900
bottlefork.com
럼 위주의 티키 칵테일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바. 카리브 해 분위기가 물씬 난다. 2인 이상 즐길 수 있는 펀치류 칵테일이 특색 있다. 2014년 월드 50 베스트 바 27위에 오른 적이 있다. + Three dots and a dash. 잔도 예쁘고 럼의 맛을 살린 전형적인 트로피컬 칵테일이다.
435 N Clark Street +1 312-610-4220
threedotschicago.com
상하이에서 열 군데 가까운 바를 돌아다니면서 공통적으로 물은 것이 “언제 문을 연 곳인가?”다. 2년이 채 되지 않은 곳이 많았는데, 우리나라보다 바 문화는 늦었지만 자국의 색깔을 담은 칵테일 종류가 많아 놀랐다. 바마다 캐릭터도 확실하고 인테리어도 모두 달라 둘러볼 맛이 났다. 김현철(이태원동 ‘칼로앤디에고’)
2016년 아시아 베스트 바 2위. 뉴욕 ‘엔젤스 쉐어’를 운영하는 고칸 신고가 대표이며, 1층은 기물 숍, 2층은 티키바, 3층은 유럽식 바로 구성했다. VIP 멤버십은 보통 돈을 내고 구입하는데, 여기선 매너를 잘 지킨 손님에게 부여한다. + 일본의 말차가루에 럼을 섞은 Speak Low.
579 Fuxing zhong Lu +86 21-6416-0133
해적선처럼 나무로 지은 오두막 아지트 같은 바. 북적북적하고 담배 연기가 자욱해 진짜 술을 좋아하는 이들이 모인다. 처음 온 손님도 입맛에 맞게, 실패 없이 주문할 수 있도록 메뉴판의 카테고리를 잘 나눠두었다. + 티라미수 마티니.
3F, 99 Taixing Lu +86 21-6256- 3587
elwillygroup.com/venues/el-ocho
깔끔한 칵테일 메이킹과 수상 경력이 많은 바텐더가 있는 곳. 시그니처 칵테일에 대한 자부심이 높다. 영어로 주문하기가 편하고 바텐더의 설명도 좋다. 전체적으로 비싸고 고급스럽다. + 2015년 디플라마티코 중국 대회에서 수상한 칵테일.
2F, 368 Wukang Lu +86 21-138-1802-1597
라이브 재즈바. 가까운 거리에서 연주자들의 숨소리까지 공유할 수 있다. 특히 월요일은 신인이 데뷔하는 날이라 떨리는 분위기까지 느껴진다. 이 바에선 무대에 방해가 될 수도 있어 셰이킹하는 칵테일의 주문은 받지 않는다. + 판당 잎을 사용하는 클래식 칵테일.
50 Tai’an Lu +86 21-6236-6075
www.heydayjazz.cn
스피크이지 콘셉트로 운영돼 샌드위치 가게로 위장하고 있다. 대만계 바텐더들의 솜씨가 뛰어났고, 계속 손님과 대화를 이어나가는 모습을 감탄하며 지켜봤다. + 대만의 유명한 매실가루와 럼으로 만든 칵테일. 대만의 향신료를 이용한 칵테일은 모두 맛있었다.
432 Shanxi Nan Lu +86 21-3368-6108
성수동에 ‘어메이징’한 브루어리가 새로 문을 열었다.
‘핫’한 동네 성수동에 생긴, 분위기 좋은 펍이라고 이곳을 소개하는 것은 납작하고 간략하다. 이런 수식어만으로는 ‘어메이징 브루어리’의 풍성한 면면이 다 보이지 않으니까. 김태경, 박상재 두 대표가 품고 있는 야심이야말로 이 양조장의 백미이고, 유리 칸막이 너머로 보이는 설비는 이 양조장의 미래다.
“국내에도 크래프트 양조장이 많이 생겼지만, 정작 멀어서 찾아가볼 수 없었다. 쉽게 찾을 수 있는 양조장, 충실한 탭룸을 열고 싶었다. 맥주를 경험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김태경 대표의 말은 50여 가지가 넘는 맥주 탭 앞에서 더 단단하게 들렸다. “답습하듯 기존 양조장 시설을 그대로 들여놓은 게 아니라, 우리의 의도대로 장비를 만들었다. 300리터 발효조 25개를 들여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조금씩 만들 수 있다. 같은 맥주도 더 신선하게 마실 수 있고 과감한 실험도 가능하다.” 박상재 대표가 힘주어 빠르게 설명했다. 그러니 이곳에선 ‘인증샷’보다는 맥주를 맛보고 평가하고 즐기는 데 힘을 쏟는 게 남는 일이다. 물론 맥주 한잔 들이키면 사진 찍을 맛도 난다.
어메이징 브루어리 (02-465-5208)
겨울엔 잔뜩 배를 채우고 뜨거운 술로 몸을 데웠지만, 날씨가 더워지니 가볍게 조금씩 먹고 오랫동안 저녁을 즐기고 싶다. 청담동에 새로 문을 연 갓포 요리 전문점 갓포산은 이 욕망을 채워줄 확실한 곳이다. 잠실 ‘스시산’이 새로운 형태로 2호점을 낸 격인데, 신선한 해산물과 제철 식자재를 쓰면서 손이 많이 가는 작은 요리를 다채롭게 낸다. 지금 일본에서 유행하는 갓포 요리 메뉴를 발 빠르게 선보이고, 이탈리아나 프랑스 등의 요리에서 힌트를 얻은 메뉴도 있어, 접시와 접시 사이가 지루할 틈이 없다. 사진 속 아나고 다다키와 소라 버터야키는 맥주와 화이트 와인에 착착 감긴다. 02-516-9911
송훈 셰프의 새 레스토랑이 도산공원 앞에 문을 열었다.
송훈 셰프는 TV에서나 레스토랑에서나 항상 호쾌하게 말한다. 쏟아내고 흩뿌리기보다는 가볍게 심는 것 같은 말투…. 늘 세심하게 단어를 고른다는 건 몇 마디 나눠보면 알 수 있다. 청담동에 새로 문을 연 ‘에스테번’도 그의 말투를 닮았다. 한 접시 위에 캐주얼하게 담긴 요리의 첫인상은 호쾌했다. 포크와 나이프로 재료를 헤집고 다시 모아 한 입에 넣으니 소스부터 질감까지 세심하게 고르고 다채롭게 배치한 셰프의 손길이 느껴졌다. 다양한 나라의 요리를 접목시키는 재치와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은 것 같은 건물 역시 식사가 끝난 후에도 계속 맴돌았다.
에스테번 02-518-5505
발베니 증류소의 홍보대사 데이비드 메이어와의 인터뷰.
발베니는 소규모로 생산하는 크래프트 위스키다. 요즘 유행하는 맥주처럼! 물론 말이 쉬운 거지만…. 만드는 일도 그리 어렵진 않다. 갑자기 ‘크래프트’로 만들게 된 위스키가 아니니까. 견습 생활을 수년간 해야 하는 규율이나, 한 명의 장인이 50년 가까이 일하는 풍토는 오래전부터 지켜온 일이다.
맛을 유지하면서 현대에 맞게 방식을 바꿔볼 생각은? 위스키를 만드는 쉽고 빠른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전통 방식을 구현할 수 있는 절차와 장소가 있다면 계속 이런 방식으로 위스키를 만들 것이다. 증류소 사람들끼리 기계화나 현대화에 대한 말을 꺼내본 적도 없다.
발베니 증류소 직원들은 도대체 왜 이렇게 한 곳에서 오래 일하는 걸까? 무엇이 그들을 이 증류소에 머물게 만들었을까? 이 증류소 홍보대사로 26년 일했는데, 아직도 난 신입사원 같다. 2년 전에 은퇴한 증류기 담당자 데니스 맥베인이나 몰트 마스터 데이비드 스튜어트는 발베니에서 일한 지 50년이 넘었고, 오크통 담당자 이안 맥도날드는 47년, 몰트 담당자 로비 곰리는 30년간 일했다. 모두 최고의 순간을 딱히 꼽을 수도 없이 매일이 즐겁다고 말한다. 그들의 열정에 불을 지피는 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발베니 그 자체다.
발베니는 어떤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26년간 수집한 바가 있나? 평범한 것도 싫고, ‘척’하는 것도 싫어하는 사람들일 거다. 우리는 무엇도 숨기지 않고 보여준다. 무엇보다 ‘장인’인 척 꾸미지 않는다.
발베니는 보리 농사를 직접 짓고, 몰팅도 직접 한다. 보리를 직접 수급하면 맛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나? 와인처럼 작황이 위스키 맛에 영향을 주나? 와인과는 좀 다르다. 보리 작황은 위스키의 생산량에 영향을 미친다. 발베니 증류소 옆에 직접 보리밭을 두고 관리하는 건 생산량을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다. 맥아 만드는 과정을 소비자들에게 보여줄 수도 있고. 위스키를 만들 수 있는 보리의 종류가 몇 있지만 맛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좀 잔인한 질문이지만, 가장 좋아하는 발베니는? 나에겐 발베니 포트우드 21이 최고다. 발베니는 허니, 바닐라 향이 매력인 위스키고, 내 입맛도 이 브랜드 스타일을 따라가게 됐다.
‘발베니 D.C.S. 컴펜디엄’은 향후 5년 간 순차적으로 출시된다. 최근 출시한 첫 번째 테마는 전 세계 50세트만 생산했다. 왜 이렇게 희소한 위스키를 생산하나? 발베니의 DNA를 기록한다는 의미다. 한 세트에 들어가는 위스키 5종은 데이비드 스튜어트의 공구 상자 속 연장과 같다.
여름엔 색이 더욱 짙다. 더울 때 한 줄기 바람이 되어주고, 기운을 선명하게 북돋우기도 한다. 여름 채소 이야기다.
요리사가 완성하는 채소의 맛 자연주의 요리사 로이든 킴은 농부와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농부가 키운 채소를 어떻게 요리하는지 맛도 보여주고, 어떤 채소가 필요한지 의견을 내기도 한다. 6월부턴 그대로 먹는 ‘샐러드 그린’과 최소한으로 조리하는 ‘쿠킹 그린’ 채소가 많아져, 요리사의 무기고가 그득해진다. 로이든 킴은 스스로를 ‘채소 덕후’라 말할 정도로 미세하게 달라지는 다양한 잎채소의 맛을 좋아하는데, 쓰면 쓴 대로 달면 단 대로 맛을 살려 조리한다. 여기에 무엇을 더한다면 과실 향이 좋은 언필터 베제카 올리브 오일이다. 이걸 머랭 치듯이 살짝 쳐서 굳기가 생기면 드레싱처럼 뿌려 먹는다. “잎채소는 한번 씻어 키친타월로 감싼 뒤 지퍼백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해요. 이때 채소가 숨 쉴 수 있도록 지퍼백을 살짝 열어둬야 해요.”
농부가 매만지는 여름의 채소 남양주 ‘준혁이네 농장’의 김정욱 농부의 여름은 이른 새벽부터 시작이다. 한낮에는 기온이 올라 작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크라, 레몬그라스 같은 열대성 작물은 푹푹 찌는 날도 잘 자라지만, 다른 채소들은 지온이 너무 올라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그 방법을 물으니 품고 있는 비결인지 엷은 웃음만 띤다. 대신 김정욱 농부는 농장 곳곳의 작물을 소개해주었는데, 작은 비닐하우스 세 채에 테트리스 하듯 촘촘히 꽉 채워두었다. 다품종 소량 생산하는 농부의 머릿속은 씨앗, 파종, 수확의 사이클 150여 개가 제각각 굴러간다. 농부의 하루가 쏜살같이 지나가는 이유다. 김정욱 농부가 이렇게 정성 들여 키운 남다른 맛의 채소는 한 달에 두 번, 장소를 바꿔가며 열리는 ‘마르쉐@’ 장터에서 구입할 수 있다.
로제 와인을 ‘로맨틱’에 가둘 수 없다. 로제는 어느 때보다 여름과 잘 어울리고, 어떤 와인보다 꼿꼿하다.
와인의 색깔이 맛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올드 빈티지 피노누아를 마실 땐 입을 대기도 전에 영롱한 색에 매혹되고 만다. 로제 와인도 분홍색과 연어색이 시각적으로 제공하는 특유의 부드럽고 섬세한 기운이 있다. 하지만 연인과의 특별한 날, 로제 와인이 장미꽃의 보조 역할에만 그치는 건 좀 억울하다. 로제는 색으로만 소비하는 와인이라기 보다는 화이트의 가벼움과 레드의 바디감을 두루 갖춰 복합적이고 다채로운 매력을 품은 와인이기 때문이다. 로제 와인은 달콤하고 저렴한, 케이크의 세트 상품도 아니다. 고품질의 부티크 로제 와인도 많고 최고 점수를 받는 샴페인 로제도 숱하다. 오히려 와인 양조 공정이 더 복잡하고 만드는 방식도 다양해, 샴페인 로제의 경우 일반 샴페인보다 가격이 더 높게 책정되기도 한다. 로제 와인이 분위기 잡을 때 마신다는 생각도 단정적이다. 질 좋은 스틸 로제 와인을 생산하기로 유명한 프랑스 프로방스 방돌 지역이나 니스, 생트로페 해변에서는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는 테라스에서 여름을 즐기며 마신다.
지금도 유럽에선 로제 와인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려 찾는 이도 많아졌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로제 와인의 종류는 납작하기만 하다. 좋은 와인 많이 마시기로 유명한 데다 로제 와인 애호가로 알려진 김현욱 소믈리에(현 ‘와인 365’ 매니저)에게 8병의 로제 와인을 추천 받고 그의 시음평을 덧붙였다. 행여 로제 와인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면 와장창 깨뜨릴 수 있는, 격조 있는 로제 와인이 모였다.
사바르 프리미에 크뤼 뷜레 드 로제 브뤼 3대째 이어 온 사바르는 다른 샴페인 하우스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현재 미국인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1등급 밭에서 생산한 피노누아를 82퍼센트, 샤르도네 10퍼센트, 레드 와인 8퍼센트를 블렌딩했다. 숙성은 80퍼센트는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20퍼센트는 오크통에서 이루어진다.
“마실 때마다 늘 매력적인 샴페인. 조밀한 기포가 주는 특유의 질감이 좋고 목에서도 우아하게 넘어간다. 긴 여운 끝에서 느껴지는 산미와 미네랄리티가 이 로제 샴페인의 특징이다.”
루이 뢰더러 로제 2009 우아한 캐릭터로 유명한 루이 뢰더러는 로제 와인도 우아함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양조 방향을 맞췄다. 잔에 따르면 색이 유난히 여리게 보이는데 연어(살몬)색 중에서도 ‘핑크 살몬’으로 분류된다. 우아한 맛을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색깔을 자연스럽게 뽑아냈다.
“금가루를 풀어놓은 것처럼 기포가 아주 섬세하게 올라온다. 잔에 코를 갖다 대면 올라오는 향은 공격적이지 않아 우아한 기품이 느껴진다. 자몽, 딸기, 라즈베리가 떠오르는 향이 이어진다. 입 안에서는 ‘크리미’하고 끝엔 기분 좋은 포도즙이 느껴진다. ”
빌카르 살몽 퀴베 엘리자베스 살몽 브뤼 로제 2006 니콜라 프랑수아 빌카르와 엘리자베스 살몽 부부가 설립한, 200년 역사의 샴페인 하우스이다. 로제 와인은 부인을 기념하기 위해 1988년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빌카르 살몽은 샹파뉴 지역에서 ‘저온 안정화’ 양조 기법을 창시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초반엔 연약한 듯하지만 공기와 접촉하면서 점점 무게감과 힘이 붙는다. 우아하고 유연해, 이 와인을 마시는 시간이 아름답게 느껴질 정도다. 소량 수입되지만 혹시 손에 넣었다면, 지금 마시지 말고 10년 더 셀러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볼랭저 그랑 아네 로제 2005 루이 뢰더러가 우아하다면 볼랭저는 파워풀한 면모를 보여주는 샴페인 하우스다. 훌륭한 피노누아 스틸 와인도 생산할 정도로 피노누아를 잘 다루는 곳이다. 그랑크뤼 밭에서 생산한 피노누아의 블렌딩 비율이 높아 골격이 탄탄하다.
“작고 섬세한 기포가 입 안을 즐겁게 한다. 라 코트 오 장팡이라는 그랑크뤼 밭에서 생산한 피노누아를 도자주 과정 전에 5퍼센트 정도 블렌딩하는데, 여기서 아름다운 색깔과 붉을 과실의 향이 완성된다. 볼랭저 관계자들은 2004에 비해 2005가 더 좋다고 확신하고 있다.”
도멘 뮈르뮈르엄 르 투르 로제 2013 소유주인 마크 피숑이 처음 이 와이너리에 도착했을 때 인접한 몽 방투 산의 아름다움과 벌들이 윙윙거리는 소리에 흠뻑 빠졌다. 그래서 도멘의 이름을 벌들이 속삭이는 소리인 ‘뮈르뮈르엄’이라고 지었다고 전해진다. 레이블에도 벌 두 마리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는 그림이 그러져 있다.
“흰 꽃에서 나는 향과 석류 향이 잘 어우러지고 후추 같은 스파이시한 풍미도 느껴진다. 강하진 않아도 은은한 긴 피니시가 인상적이다. 약 4~8도의 온도로 즐기면 가장 좋다. 어떤 음식과도 어울리는 만능 테이블 와인이다.”
샤토 데스클랑 가루스 2014 로제 와인을 전문으로 만드는 와이너리다. 와인 메이커 패트릭 레옹을 영입하며 수준을 끌어올렸다. 와인 평론가 잰시스 로빈슨이 극찬하며 로제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키도 했다. 국내에선 대한항공 퍼스트 클래스 와인으로 입소문을 탄 바 있다.
“프로방스 로제의 극치. 풀바디에 섬세한 아로마가 대비를 이룬다. 2014년 빈티지가 특히 훌륭한데, 와인 평론가 제임스 서클링이 이 와인을 마신 뒤 98점을 주며 “Greatest Rose Ever”란 말을 남겼다. 와인 애호가라면 결코 지나칠 수 없는 와인이다.”
미라발 2014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부부가 2008년 이곳의 성과 포도밭을 구매하며 더 유명세를 탄 와이너리. 샤토 네프 뒤 파프의 명가인 샤토 보카스텔의 페랑 가문과 손을 잡고 로제 와인을 양조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빈티지가 2012년에 나왔는데 5시간 만에 6천 병이 모두 팔려 나갔다. 여타 로제 와인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다.
“장미 향과 복숭아 향이 뛰어나다. 온도가 올라갈수록 열대 과일의 향이 살아나 한층 더 매혹적으로 느껴진다. 입 안에서 느껴지는 상큼한 기운이 좋고, 피니시와 맛의 균형도 훌륭하다.”
도멘 오트 방돌 로제 2015 ‘프로방스의 롤스로이스’라는 별명이 붙은 와이너리. 칸, 모나코 등 여름에 더 사람이 몰리는 지중해 휴양지에서 유난히 인기가 좋고, 호리병 같은 독특한 병 모양 때문에 멀리서도 한눈에 뭘 마시는지 알 수 있다. 포도알을 침용하는 게 아니라 압착해서 주황빛이 감도는 장밋빛을 완성했다. 산미가 입 안을 채우고 바디감도 탄탄하다.
“일반적인 스틸 와인으로도 유명하지만 로제 와인에 특화된 생산자다. 도멘 오트는 루이 뢰더러 그룹에서 소유하고 있으며, 루이 뢰더러와 마찬가지로 우아함을 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