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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GQ KOREA (지큐 코리아) 남성 패션 잡지 » EAT & DR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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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판매 1위 와이너리의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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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슨 패밀리는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포도밭 규모를 보유하고 있으며 켄달 잭슨으로 미국 레스토랑 판매 1위를 거뜬히 하는 대형 와이너리다. 그런 잭슨 패밀리가 캘리포니아에 피노누아를 생산하는 건 투자이자 도전이다. 지난 3월, 잭슨은 총 여덟 가지의 피노누아 와인을 들고 시음회를 열었다. 지금 이 와인 한 잔 속에 몰아친 피노누아의 바람이 캘리포니아 와인 트렌드를 어떻게 바꾸게 될까? 떨리는 기대를 품어본다.


미쉐린 가이드라는 위험한 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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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0일, ‘미쉐린 코리아’가 온전한 영어식으로 표기를 교정하며 < 미쉐린 가이드 > 서울판 발간을 공식화했다. 서울판은 2017년판부터 발간되고, 발간 시기는 올해 중이다. 다른 도시의 < 미쉐린 가이드 >와 같은 기준으로 레스토랑을 평가하고, 별을 주고, 픽토그램으로 레스토랑에 대한 압축된 정보를 전달한다. 일정 가격을 상한으로 캐주얼한 식당들을 소개하는 ‘빕 구르망 Bib Gourmand’은 별이 없는, 별 밖의 레스토랑을 소개한다.

그리고 소동이 시작됐다. “얘기 들었어요? 어제 OO 레스토랑에 미슐랭이 와서 명함 주고 인터뷰도 하고 갔대요.” 서울에서 누가 < 미쉐린 가이드 >의 이름으로 레스토랑을 평가하는 지는 아무도 확인해주지 않는다. 서울판을 위해 한국인 평가원을 충원했다는 것만 확인된 바다. 더군다나 < 미쉐린 가이드 >의 별을 정하는 것은 평가원만의 일이 아니다. < 미쉐린 가이드>의 편집자들 역시 발언권을 갖는다. 비밀주의는 어쩌면 대중으로부터의 비밀주의다. 그들이 누군지, 당연히 누군가는 알게 되지만, 왔어도 봤어도 모른다고 하는 그들끼리의 숨바꼭질이 펼쳐진다. 애타는 것은 술래뿐이다. 특히 아직 미쉐린을 만나지 않은 업계 종사자들은 절실하게 애가 탄다. 소문이 격렬한 이유다. 모두가 최소 2스타를 예측하는 청담동 모 오너 셰프가 가장 현명한 답을 했다. “모릅니다. 저는 아무것도 모르는 겁니다.” 모 오너 셰프가 아직 오지 않은(것 같은) 평가원 방문에 대비해 그릇을 다 갈아치웠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레스토랑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했던 호텔 업계는 더더욱 소문에 매달린다. 실무자에게 별을 따내라는 압박이 내려온다는 소문도 나돈다. 미쉐린 별에 대한 갈급함이 모든 소문의 연료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허둥지둥 급조한 그릇 따위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가장 큰 오해는 < 미쉐린 가이드 > 서울판이 내수용 콘텐츠라는 생각이다. 본질적으로 < 미쉐린 가이드 >는 미식에 특화된 여행 가이드북이다. 3스타를 설명하는 명제인 “요리가 매우 훌륭해 맛을 보기 위해 특별한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식당(Exceptional Cuisine, Worth a Special Journey)‘에서 생략된 주어는 내국인이 아니라 여행자다. < 미쉐린 가이드 > 서울판에 서울만의 기준이 있느냐고 묻는 것은 의미가 없다. 물론 한국어판과 영어판으로 나란히 나오지만, 실제로 어느 쪽이 더 많이 팔려나가는가와 전혀 무관하게 < 미쉐린 가이드 >의 콘텐츠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음식 문화에 프레임이 맞춰져 있다.

한국의 음식 문화는 특수하다. < 미쉐린 가이드 >의 대의 명제이자 표면적인 평가 기준은 요리 재료의 수준, 요리법과 풍미의 완벽성, 요리의 개성과 창의성, 가격에 합당한 가치, 전체 메뉴의 통일성과 언제 방문해도 변함없는 일관성 등 다섯 가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반전이 숨어 있다. 그 모든 장점이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좋은 서비스가 있어야 하고, 기물에서 인테리어까지 레스토랑의 전체적인 공기가 완성적이어야 하고, 음식의 맛과 흥을 돋울 양질의 주류 리스트도 필요하다. 비단 < 미쉐린 가이드 >에만 해당되는 이면 가치는 아니다.

한국의 음식 문화는 그 이면 가치를 배제한 채 여기까지 흘러왔다. 좋고 나쁜 문제는 아니다. 특수한 현재일 뿐이다. 온정은 온데간데 없이 욕만 남았거나 아르바이트생의 최저시급 수준에 걸맞거나 둘 중 하나인 서비스를 견디는 배려심, 매캐한 연기가 내년까지 온몸에 배는 비위생적이고 허름한 시설에서 기어코 정감을 발견하는 불필요한 관용, 맛이 어떻건 질이 어떻건 술은 아무튼 취하기만 하면 된다는 맹 목적인 옹호. 우리는 그 모든 불편과 부당을 인고하고 순응하며 지금의 음식 문화를 만들었다. 그래서 이면 가치를 모두 못 본 체하며 음식만으로 식당을 평가하려 애쓰고 긴 줄을 서곤 한다. 물론 마음씨에서 솜씨가 나오는 법이라 양단을 모두 갖춘 식당들을 떠올려보면 그것이 전체의 일은 아니다.

정부와 관광업계가 환호하고 있다. 그러나 < 미쉐린 가이드 > 서울판은 위험한 호재다. 한식이 세계적인 발효 음식 트렌드를 잡아탄 타이밍은 좋았다. 동시대의 한식이 무엇인지 아직 제대로 정의하지 못하는 단계라는 점이 되레 위험 요소다. 심지어 정부조차 아직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일이다. < 미쉐린 가이드 >는 그들 나름의 한식을 정의해야 하는 셈이다.

< 미쉐린 가이드 >의 타깃 독자인 여행자들은 한국 음식 문화 이면의 감성적인 사정 따위엔 관심이 없다. < 미쉐린 가이드 >의 별과 빕 구르망은 그간 우리가 쌓아온 정과 관계없는 관점으로 대다수 대중에게 이물감을 느끼게 할 것이다. 그렇다고 < 미쉐린 가이드 > 서울판이 서울의 특수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 온도차를 어떻게 대류시킬 것인가가< 미쉐린 가이드 > 서울판에 주어진 가장 큰 숙제이자 태생적 약점이다. 무엇보다도, < 미쉐린 가이드 >가 사회 경제적으로 딱 50퍼센트 선에 기준한 대중적, 평균적인 음식 취향을 대변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별에는 가격 장벽이 있다. 빕 구르망도 파리 35유로, 뉴욕 40달러, 도쿄 5천엔이 기준이다.

그리하여 어쩌면 우리에게 가장 실용적인 미식 가이드는 이미 TV에 만연해 있다. “< 수요 미식회 >나 보는 게 낫다”는 얘기를 듣고 싶진 않을 116년 역사의 미식 가이드북이 이 딜레마를 어떻게 지혜롭게 해결할지 궁금하다..

요즘 뜨겁다, 흙냄새 가득한 내추럴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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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배뿐만 아니라 양조 과정에서도 인공적인 요소를 배제하는 내추럴 와인이 요즘 뜨겁다.

수입사 크리스탈 와인 컬렉션, 미라클, 네이처 와인, 레드슈가, 비노쿠스, 비노비노, 와인엔, 비티스가 참여했다.

바이오다이내믹, 유기농, 내추럴 와인을 아울러 자연주의 와인이라고 한다. 지난 3월, 국내에선 처음으로 자연주의 와인 시음회가 정식바에서 열렸다. 선포이자 축제와 같았던 현장에서 만난 정식바 신동혁 소믈리에는 “유럽과 일본에선 이미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에도 알려졌으면 좋겠다”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권숙수’ 권난희 캡틴은 “퇴비나 거름이 떠오르는 특유의 향이 힘들었지만, 마실수록 자연스럽다”고 했다. 김용희 소믈리에는 “억지로 즙을 쥐어짜는 경향과 정반대에 있는 와인”이라며 “가볍고 묽지만 산지의 흙냄새가 매력”이라고 평했다. 와인수입사 비노비노의 홍동명 대표는 “최근엔 수입하는 전체 와이너리의 약 40퍼센트가량이 내추럴 와인을 포함한 자연주의 와인”이라고 설명했다. 몇 년 후 우리가 내추럴 와인을 어디서나 쉽게 맛볼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이 날의 축제를 의미 있게 기억하게 될 것이다.

5월의 새 음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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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솔루트 코리아 병을 캔버스 삼아 특별판을 만들어온 앱솔루트가 이번엔 ‘한국판’을 냈다. 김치 향에서 영감을 받아 끝 맛이 톡 쏜다.

 

사나비 탄산수 미국에서 탄생한 탄산수가 국내에도 들어온다. USDA 인증을 받은 유기농 즙을 더해 총 5가지 맛으로 출시된다. 0 칼로리, 글루텐 프리.

 

스미노프 아이스 RTD 칵테일 중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친숙한 브랜드다. 이번엔 사과, 포도, 오렌지 향에 탄산을 더한 새로운 제품을 출시했다.

누구를 위한 수입 맥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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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살 때였다. 나는 주말을 이용해서 종종 이웃 나라 벨기에로 맥주 여행을 갔다. 그런데 내가 간 벨기에 시골의 한 브루어리에서 그 얼마 전에 한국 수입사가 다녀갔다고. 그것도 한 달 동안에 3개의 수입사가 다녀갔다고 한다. ‘한국 사람들의 쏠림 현상이 맥주까지 왔구나’라는 씁쓸한 생각이 잠시 들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대형 마트 수입 맥주 코너에 가보니 ‘정지화면 아님’ 같은 자막이 들어가야 할 만한 상황이 예전보다 자주 목격되었다. 카트를 몰고 가다가 맥주 코너 앞에서 멈춰 선 채 무슨 맥주를 사야 할지 몰라 한참을 고민하는 사람들 말이다. 이마트나 홈플러스 같은 대형 마트의 비즈니스 모델은 저가의 소품종 상품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일 터 인데, 우리나라 마트의 맥주 상품 구색은 다양성 측면에서 이미 미국 홀푸드나 트레이더 조 Trader Joe’s를 따라잡고 있다. 원래 다품종 소량 판매는 온라인 채널이 해야 하는 역할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주류의 인터넷 판매가 허락되지 않고, 대형 보틀 숍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신기하게도 대형 마트가 이 역할을 담당한다.

그런데 올해 초를 기점으로 상황이 흥미롭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영국 테스코에서 한국의 사모펀드인 MBK로 주인이 바뀌고 드디어 정신을 차린 홈플러스는 안 팔리는 맥주, 상미 기한이 다 되어가는 맥주를 헐값에 떨어버리기 시작했다.(그렇다! 맥주에도 상미 기한 Best-by Date이 있다!) 네티즌들은 이런 상황을 ‘홈플대란’이라고 표현했다. 홈플러스가 정신을 차리고 맥덕질(맥주 덕후질)을 그만두기로 맘 먹은 듯했고, 이마트도 슬금슬금 따라 하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이번 프로모션이 끝나면 해당 제품은 재입고되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면서 맥주 덕후들의 폭풍 구매를 부추겼고, 어떤 맥주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실시간으로 어느 점에 어떤 맥주가 몇 병 남았는지 점별 상황이 중계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신이 예전에 맛있게 마신 벨기에 수도원 맥주는 이제 더 이상 마트의 매대에 없다. 몰티한 맛이 특징인 영국의 비터 맥주도 이제는 끊겼다. 간단히 말하면 의욕적으로 수입했는데 안 팔려서 땡처리하고 다시는 수입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처음에는 수입사들도 수입 맥주 시장이 성장하고, 마트에서 수입 맥주에 할애하는 매대의 크기를 늘렸기 때문에 이것저것 많은 물량을 수입했다. 그래서 이른바 파이프라인 볼륨 Pipeline Volume, 즉 제품을 처음 론칭할 때, 유통 채널에서 매대에 비치하기 위해 구매하는 물량이 꽤 컸다. 하지만 그러한 다양성을 소비자가 아직 소화할 수 없었기에 유통 채널의 매대에서 팔리지 않고 몇 달동안 잠자고 있던 맥주들에 대해 유통사가 땡처리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것이다. 수입사는 이제 더 이상 그런 맥주들을 수입할 이유가 없다. 너무 일찍 다양성에 노출되어버린 한국 소비자들은 앞으로는 오히려 다양성이 제한되는 역풍을 맞았다.

벨기에 브뤼셀에서조차 물량이 달려서 구하기 어려웠던 구즈 Gueuze도 수입되더니만, 지난 2월에 오픈한 한 펍에서는 미국의 유명 맥주 평가 사이트에서 몇 년째 1등을 하고 있는 맥주를 비행기로 몇 박스만 한정 수입해서 판매한 적도 있다. 이 맥주의 수입 소식은 국내 맥덕 커뮤니티에 전해지면서 해당 물량이 게 눈 감추듯 사라졌다. 하지만 다음 번 물량이 언제 올지에 대한 기약은 없다. 이미 마셔볼 사람 들은 한 번씩 다 마셨고, 이들은 입맛을 다시며 또 다른 맥주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맥주의 감동을 받아 소주나 와인을 버리고 크래프트 맥주로 전향한 사람들은 이 맥주를 구경 조차 못했다.

아직 성숙하지 않은 한국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서 ‘다양성 경쟁 모드’로는 크래프트 맥주 저변이 넓어지지 않는다. 맥주를 마시지 않던 사람들을 맥주로 입문시키는 맥주가 아니라, 수입사들은 ‘더 희귀한 맥주 수입하기’, 유통사들은 ‘더 다양하고 큰 맥주 매대 있다고 자랑하기’, 소비자들은 ‘더 다양한 맥주 마셔봤다고 자랑하기’에 매몰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이래서는 크래프트 맥주 열풍이 찻잔 속 소용돌이로 끝날 수 있다.

최근에는 유명 수입 맥주 브랜드가 들여오면 의례적으로 탭 테이크오버 Tap Takeover 행사를 한다. 이태원이나 가로수길에 있는 유명 펍을 하루 빌려 그날은 그 수입 브랜드의 맥주 전 종류를 맛볼 수 있게 하는 행사다. 이런 행사에 가면 매번 똑같은 얼굴들이 보인다. 수입업이나 유통업에 종사하는 ‘업자’가 아닌 순수 소비자들인데, 행사에는 계속 똑같은 얼굴들이 보인다. 저변이 넓어지는 게 아니라 마시던 사람들만 마신다.

크래프트 맥주의 특징은 ‘다양성’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그동안 다양성이 너무 억압되어왔다. 하지만 수입사나 유통사 모두 다양성 중심의 덕질을 멈추고 어떻게 하면 와인과 소주 마시는 사람들을 크래프트 맥주로 끌어들일 수 있을 정도의 맥주를 만들지 좀 더 진지한 고민을 해야만 한다. 결국 미국 크래프트 맥주 시장도 맥덕들이 열광하는 ‘오크 배럴 에이지드 벨지안 사우어 세종’이 아니라 ‘사뮤엘 아담스’ 한 방으로 보편화를 이룩했다. 이제 수입사들은 가능성이 있는 몇몇 브랜드에 집중해 장기적으로 키우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자꾸 여기저기 모래성을 짓지 말고 단단한 건물을 높이 쌓아야 멀리서도 보고 몰려들 테니 말이다.

‘다담’의 완벽한 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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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을 코스로 내는 곳이 많아지면서, 음식에 맞춰 전통주를 곁들이고픈 갈증도 커졌다. 청담동 ‘다담’에서는 이 욕망을 합리적인으로 채워준다. 코스에 추가 비용을 내면 3~5가지 전통주가 음식에 맞춰 한 잔씩 나온다. 솔송주, 소곡주, 이강주, 서주, 안동소주 등을 구비했다. 사진 속 주안상처럼 한 상을 따로 추가할 수도 있다. 최근엔 식후주로 좋을 전통주 칵테일도 추가했다. 02-518-6161

조용한 집, 한남동 ‘코로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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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동 ‘코로비아’에 들어서면 진공 상태인 듯 정신이 고요해진다. 흰 벽, 각 잡힌 테이블, 군더더기 없는 공기. 식사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공간. 갤러리를 운영하며 캐비어 유통업도 하는 최혜정 대표가 만든 이탤리언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답게 캐비어와 샴페인 메뉴가 충실하다. 안경석 셰프는 캐비어가 어울릴 수 있도록 해산물을 자주 활용한다. 하지만 안 셰프의 에너지는 캐비어에 머물지 않는다. 재료 하나를 다양한 질감으로 요리한 접시엔 산뜻한 자신감이 장식으로 더해졌다. 리몬첼로로 만든 액체 사탕에선 재치가 홍수처럼 터져 나왔다. 02-795-9660


푸드 칼럼니스트라는 쓴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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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평론가, 푸드 칼럼니스트, 맛 칼럼니스트, 푸드 라이터. 세상의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앞으로 더 많아질 직군들이다. 요즘 그들의 말과 글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으며 업계와 산업 발전에 기여하기도 하지만, 틀린 주장을 사실인 양 펼치기도 하고,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물론 과거에도 실수는 있었다. 2007년, 요리 잡지 < 쿠켄 >에서는 요나구니 스스무 셰프 (당시 오키친 운영)에게 레스토랑 비평을 맡겨 자사 웹사이트에 연재를 했는데, 리스토란테 에오에 대한 박한 평가로 평가 기준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연재를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 한겨레 > 또한 ‘요리사X와 김중혁의 음식 잡담’이라는 코너에서, 당시 최현석 셰프가 근무한 테이스티 블루바드에 대해 “매시트포테 이토에서 겨자 맛이 나는데 왜 넣었나”, “(너무 뜨거운 접시에 내는 탓에) 스테이크에서 기름이 튀어서 먹지를 못하겠다” 등의 발언으로 거 센 반발을 얻더니만, 2회 더 연재 후 코너를 접었다. 설명하자면 테이스티 블루바드의 매시트 포테이토에는 고추냉이가 들어가는데 그것이 나름의 개성이었고, 뉴욕의 유명 스테이크 하우스 피터 루거 등에서도 스테이크를 그런 방식으로 낸다.

2012년 < 조선일보 >에 “건다운의 맛있는 중식 이야기”를 연재하던 블로거 박태순은 사자표 춘장에 대해 “맛의 자극성을 강화시키는 캐러멜과 화학조미료의 함유가 많아지며 예전 같은 개운한 고소함이 적어졌다”며 예전 춘장 맛을 복원해야 한다고 썼다. 그런데 사실 춘장의 캬라멜 색소는 맛을 위해서가 아닌 검은색을 내기 위해 넣는 것이고, 사자표 춘장에는 화학조미료가 들어가지 않는다. 짜장면의 화학조미료는 업소의 조리 과정에 들어간다. 이에 대해 별다른 논란은 없었지만, 어쨌든 코너는 5회 만에 끝났다.

당시는 시장의 성숙도는 물론 전문가들의 지식과 경험도 충분치 않은 상태였다. 뿐만 아니라 대중의 관심도 그들의 영향력도 그리 크지 않았기에 악영향을 끼치거나 변화를 이끌어낸 일도 별로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한 남성지 인터뷰에서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은 이런 말을 했다. “저는 문화 권력의 헤게 모니를 쥐고 있지 못하는 언더죠. 저쪽에 한국 음식 문화 판의 주류들이 있어요. 음식 문화를 조금이라도 바꾸려면 헤게모니가 나한테도 주어져야 하는데 그걸 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방송으로 인지도를 높이는 거죠.” 그는 현재의 한국 음식 문화가 수준이 낮고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문화 권력 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주류들 탓으로 돌리려는 것 같다. 해서 차례상, 천일염, 떡볶이, 집 밥, 한식세계화, 유기농에 이르기까지, 현재의 주류 음식 문화에 대해 경계와 범위를 가리지 않고 비판하고 있다. 분명 그가 이야기하는 주제에 대해 생각해볼 지점이 있는 것은 많다. 하지만 무리한 논리를 곁들여가며 음식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사실이다.

황교익의 주장에 대한 반론은 블로그와 SNS를 통해 활발하다. 제대로 된 미각 교육은 엄마를 통해 6세까지 이루어져야만 가능하다는 황교익의 이야기에 대해, 발달심리학에서의 유명한 연구(해리 할로우의 붉은털원숭이 실험)를 가지고 반론하는 블로그 댓글이 기억난다. 하지만 황교익은 페미니즘 공부를 많이 했다며 자신의 글을 오독하고 있다고 얘기한다.

그는 또 한국인의 치킨 선호에 대해서는, 닭을 너무 일찍 잡아 고기가 맛이 없고, 고기가 맛없으니 튀기고 여기에 양념까지 입힌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반론으로, 미국과 유럽의 커다란 닭은 튀겨 먹기엔 질기고 볶음이나 국물 요리에 알맞다, 외국도 튀김용으로 쓰는 닭은 한국의 그것과 크기가 비슷하다, 외국 닭이 큰 건 요리에 많이 쓰이는 큰 가슴살을 얻기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미식가와 셰프를 통해 제시 되었다. 돌아온 것은 자기 글의 속뜻을 읽지 못한다는 말과 페이스북 차단이었다.

그의 설탕수저론은 1980년대 말 설탕 소비량이 2배 가까이 급증했고, 이때 분유두유를 통해 설탕을 섭취한 1980~1990년대생 (10~20대)들은 단맛에 중독되어 (달지 않아야 할) 식사도 달아야 맛있다고 느낀다는 주장인데, 식약청 조사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10~20대와 30~40대의 1일 당류 섭취량은 0.5g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가장 많이 섭취한 것은 3~40대.) 2012년 조사에서는 10대가 20대에 비해 9.1g, 30~40대에 비해서는 11.6g 당류 섭취가 많은데, 10대가 당류를 가장 많이 섭취한 품목은 음료수였다.

사실 그가 이런 주장을 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가 헤게모니를 쥔 지금, 그의 주장은 맞든 틀리든 여러 언론을 통해 계속해서 퍼져나가고, 대중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신문과 방송은 계속해서 화제를 만들어주니 신이 나서 받아쓰기를 하고 있고, 그 영향에 대해 우려하거나 사실 여부를 검증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황교익이 현재 절대 권력이라 할 만큼 어떤 독보적인 관심과 영향력을 가진 것은 분명하고, 이를 경계해야 할 이유 또한 충분해 보인다. 음식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이제 대중과 언론은 보다 다양한 인물들의 다양한 의견을 접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지 않을까.

새로운 인물들이 다양하게 등장해 시각과 권력의 무게 추를 맞추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요즘 맛 칼럼니스트 중에는 박상현의 글에서 빼어난 공력이 엿보인다. 올해 2월부터 < 한국 일보 >에 연재를 시작한 ‘푸드 라이터’ 이해림은 앞으로가 기대되는 뉴페이스라 하겠다. 음식의 맛과 건강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면 정재훈, 최낙언의 잡지 연재와 단행본도 흥미롭다.


버번의 사촌, 라이 위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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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 위스키는 버번 위스키의 가장 쿨한 사촌이다. 별 볼 일 없던 호밀이 지금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좋은 증류주 재료로 자리 잡았다. “호밀빵을 떠올리면 된다. 버번과는 다른 독특한 스파이스 향이 매력이다.” 미국 애틀랜타 시 ‘더 머큐리’ 바의 줄리안 고글리아가 말한다. 요즘 바텐더들은 아마로처럼 향이 강한 재료를 칵테일에 많이 쓰는데, 이때 라이 위스키가 ‘쿵짝’이 잘 맞는다.

라이 위스키 칵테일 방울뱀이라는 이름의 칵테일. 위스키사워와 비슷하다. 라이 위스키, 달걀흰자, 레몬주스, 심플시럽이 들어간다. 셰이킹한 뒤 얼음을 넣고 한 번 더 흔든다. 페르노로 살짝 린스한 쿠프 잔에 따른다.

위스키의 사령관 샘 아담스가 크래프트 맥주의 시초라면 라이 위스키의 시초는 의외로 조지 워싱턴 대통령이다. 마운트버넌에서 호밀을 증류했다. 1799년 즈음엔 1년 생산량이 1만1천 갤론(약 4억 2천 리터)에 달했다.

오월이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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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히 움직여야 오월을 즐길 수 있다. 칵테일 위크와 푸드 페스티벌을 기억해두자.

청담칵테일위크

오월은 하루하루가 아깝게 흘러간다. 창문을 열고 시원한 맥주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24시간이 모자라다. 미세먼지가 걷히고 반짝 해가 났을 때 풀밭을 내달리기도 해야 하고…. 많고 많은 오월의 행사 중 두 가지를 꼽았다. ‘청담동 칵테일 위크’는 청담동 지역 위스키&칵테일 바 14군데가 참여해 5월 1일부터 10일까지 진행하는 일종의 ‘도장깨기’식 축제다. 르챔버, 앨리스, 키퍼스 등 각 바는 5월이라는 주제에 맞는 시그니처 칵테일을 준비하고 손님을 기다린다. 손님들은 정해진 칵테일을 마시고 스템프 카드에 도장을 모으면 되는데, 7개와 14개가 모일 때마다 진, 위스키, 보드카 등의 베이스 술 한 병을(미니어처가 아니다!) 선물로 받을 수 있다. 10일 동안 7개의 바를 찾으면 술 한 병이 생기는 셈이다. 청담동 골목을 걸어 다니며 칵테일에 취하기 딱 좋은 주간이다. 앞으로도 ‘청담 칵테일 위크’는 매월 초, 주제를 바꿔가며 계속 열릴 예정이다. 페이스북에서 ‘청담 cocktailweek’ 페이지를 방문하면 칵테일 사진과 더 자세한 정보를 볼 수 있다.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

제주도에서 열리는 ‘제1회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 JFWF’은 ‘하와이푸드앤와인페스티벌’과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해외 셰프와 국내 셰프가 함께 선보이는 음식 축제다. 5월 12일부터 14일까지 제주도 식재료를 활용한 갈라 디너와 요리 시연이 이어진다. 본 행사에 앞서 5월 5일부터는 ‘제주 고메 위크’도 함께 치워져 전반적인 분위기를 끌어올릴 예정이다. 이맘때쯤 제주도를 찾는다면 JFWF 사이트에 들어가 어디서 어떤 행사가 열리는 지 확인하면 좋다. 놀 때 바짝 놀려면 좋은 계획이 필요하다.

www.jejufoodandwinefestival.com

런던 최고의 바를 박차고 나온 두 바텐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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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바 ‘아르테시안’의 두 바텐더, 알렉스와 시모네를 청담동 ‘키퍼스’ 바에서 만났다. 새로운 팀원 모니카와 함께.

왼쪽부터 | 알렉스 크라테나, 모니카 버그, 시모네 카포랄레

알렉스 크라테나와 시모네 카포랄레 지난 4년간 ‘아르테시안’을 런던 최고의 바bar로 올려놓고 작년에 돌연 그만뒀다. 그 후 새로운 팀을 꾸렸다. 뭘 만드는 건가? 설명하기 힘들다. 없던 공간이라서. 2017년에 문을 열고 바텐더, 디자이너, 과학자, 화학자와 함께 일할 거다. NGO도 출범한다. 요즘 칵테일 세상엔 ‘트렌드’가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바마다 제각각 새로운 걸 만들고 있다. 그 공간도 ‘월드 50 베스트바’ 순위에 들까? 아이 돈 케어. 이미 4년간 상은 많이 받았다. 사실 유명세는 우리가 가장 덜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다. 그 덕에 좋은 기회를 많이 얻긴 했지만. 그 덕에 이렇게 많은 나라를 돌며 게스트 바텐딩이나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키퍼스’에서 선보인 ‘김치 칵테일’이 인상적이었다. 새로운 재료를 발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처럼 원래 있는 재료로 과감한 시도를 해보는 용기도 필요하다. 서울은 다른 도시와 어떻게 다른가? 손님들 호기심이 엄청나게 강하다. 한국인의 입맛이 런던보다 조금 달콤한 것 같아 전체적으로 레시피를 조금 수정했다. 재료만 나열된 메뉴판에서 칵테일을 골라 맛보았는데, 베이스 술이 두드러지지 않고 하나의 맛으로 둥그레져서 흥미로웠다. 칵테일은 ‘모든 것의 결합’이다. 향수를 만들 듯 완전히 새로운 맛을 만든다. 그래서 ‘밸런스’가 중요하다. 맛뿐만 아니라 오감을 자극하는 칵테일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도 있다. 페루에서 바텐딩을 할 때, 정글에서 향이 좋은 나무를 찾아 손님이 오기 전 바 곳곳에 배치했다. 그 향이 무드를 만들어줬다. 새로운 맛이 모두 맛있는 건 아니지 않나? 우리만의 확인 절차를 거친다. 맛이 기똥찬가? 기존에 만든 것보다 뛰어난가? 한 잔을 다 비울 수 있나? 한 잔 더 마실 수 있나? 그래도 도저히 맛을 낼 수 없는 식재료가 있었다면? 생선. 좀 힘든 맛이다. 그래도 뭐, 다음엔 성공할지도.

모니카 버그 알렉스, 시모네와 함께 일하며 칵테일 스타일이 바뀌었나? 성장했다. 한 인격체가 자라나는 것처럼. 세계에서 손꼽히는 여자 바텐더다. 심플하지만 기이한 칵테일이 특색이고. 맞다. 작고 기이한 디테일로 칵테일에 재미를 더한다. 이번 칵테일에 가니시로 선보인 ‘가짜 올리브’처럼 말이다. 실은 살구였다. 언젠가 인터뷰에서 주방과 바에서 모두 통하는 칵테일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 것을 봤다. 그게 바로 내가 만들고 싶은 최후의 그림이다. 손님이 들어와서 메뉴판을 펼치고 주문을 했는데 막상 나온 메뉴가 음식인지 칵테일인지 헷갈리는 그런 것. 얼마 전 싱가포르에서 ‘돌로 만든 수프’ 우화로부터 영감을 받아 뜨거운 돌과 보드카를 넣은 수프를 만들었는데 반응이 좋았다. 그런 칵테일 아이디어를 하나 떠올리는 데 얼마나 걸리나? 5분에서 2년까지 다양하다. 가장 오랫동안 궁리한 칵테일 레시피는 태국 톰카가이 수프를 칵테일로 변환한 것이었다. 질감 구현이 힘들었다. 재밌다. 맞다. 칵테일로 한 사람의 밤을 즐겁게 한다는 게 이 일이 즐거운 가장 큰 이유다.

론 와인의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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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도의 열풍에 걷히고 나니 가장 먼저 보이는 곳이 론이다. 론 와인은 지금 가장 뜨겁다. ‘폴 자불레’는 론 지역 에르미타쥬에서 시작해 이름을 떨치는 와이너리다. 2005년 새로운 가문으로 인수되었지만, 걱정과는 달리 영광은 바래지 않았다. 한옥을 개조한 레스토랑 ‘단아’에서 폴 자불레의 세일즈 디렉터 그웬 쉐네와 함께 맛 본 ‘에르미타주 라 샤펠 1998’은 깊고 검고 그윽했다.

 

9개의 추천 티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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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 소매를 접고 고요히 차를 내린다.

#smithteamaker

No.39 포틀랜드 녹차로 미국 오리건 주의 스피어민트와 불면증에 좋다고 소문이 자자한 호주 레몬 머틀을 넣었다. 넘버 39 1만2천원대(15개), 세븐 스미스 티메이커.

#althaus

ROYAL EARL GREY 화창한 봄바람의 살갗. 독일에서 만든 정결한 홍차. 2만4천원(15개), 알트하우스.

#stdalfour

GOLDEN MANGO 망고의 속살이 자지러진다. 스리랑카 찻잎에 프랑스의 세심함을 더해 완성한 녹차. 골든 망고 그린 티 2만3천원대(25개), 샹달프.

#edenfoods

CHAMOMILE HERB TEA 1960년대 미국의 자유와 이집트 태양의 공모. 캐모마일 티 3천원대(16개), 에덴.

#t2tea

MELBOURNE BREAKFAST 호주에서 만든 다정한 홍차. 멜버른 블랙퍼스트 1만9천원대(20개), T2티.

#ahmadtea

CEYLON TEA 런던에선 레몬이나 우유와 함께 산소처럼 들이킨다. 실론 티 3천원대(20개), 아마드티.

#twgteaofficial

1837 BLACK TEA 싱카포르 홍차로 버뮤다의 은밀함을 더했다. 1837 블랙 티 2만8천원대(15개), 1837 TWG 티.

#equalexchange

ORGANIC DARJEELING 히말라야 홍차의 격렬함이 혀를 타고 미끄러진다. 농부와 공정한 거래를 통해 만든 오가닉 다르질링 5천원대(20개), 이퀄 익스체인지.

#kusmi

IMPERIAL LABEL 12세기 러시아. 녹차와 시나몬의 암투. 임페리얼 라벨 2만6천원대(25개), 쿠스미 티.

모두의 와인 용어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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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 듯이 보이지 않고, 잡힐 듯이 잡히지 않는 테이스팅 노트 속 단어들을 헤집어봤다.

Earthy

● 와인 품종이나 숙성 정도에 따라 발현되는 향이다. 모래가 아닌 흙이 젖었을 때 나는 냄새에 가깝다. 프랑스어로 ‘수부아Sous Bois’ 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나무 아래 흙이다. 양진원 / 와인21닷컴 와인 전문 기자

● 흙냄새. 더 정확히는 먼지 같은 ‘쿰쿰함’이다. 외할머니 댁 광에 들어갔을 때 맡았던 냄새 같기도 하다. 식물 중에는 고사리에서 이런 흙냄새가 난다. 어머니가 분갈이를 하실 때 테라스 한쪽에 펼쳐놓으신 부엽토에서도 이런 쿰쿰함이 느껴진다. 병 숙성이 잘된 와인에서 이런 향이 느껴질 때는 기분이 좋다. 하지만 과하면 오래된 와인이거나 코르크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김상미 / 와인 칼럼니스트

● 부슬부슬 가는 비가 내린 후 화단에서 나는 흙냄새인데, 그게 감이 잘 안 온다면 음식을 떠올려볼 수도 있다. 갓 자른 비트에서 나는 향, 버섯 리소토에 들어간 통통한 포르치니 버섯을 베어 물었을 때 나는 향과 비슷하다. 어린 빈티지의 신선한 와인보다는 몇 년간 숙성된 와인에서 주로 맡을 수 있고, 향긋함보다는 그윽한 느낌을 주는 매력적인 향이다. 김새길 / 와인나라 아카데미 부원장

 

Minerality

● 미네랄은 품종, 토양, 산도, 알코올 도수 등 다양한 원인이 결합되어 나타나는 향이다. 그래서 미네랄 향이 어디에서 기원했는지 정확하게 설명하기가 힘들다. 좀 ‘쎄~한’ 느낌이랄까 다 마르지 않은 시멘트에서 나는 냄새, 동전을 오래 쥐고 있거나 철봉 운동을 하고 나면 손에서 나는 냄새랑 비슷하다. 수돗물을 막 틀었을 때 나는 쇠파이프 냄새에서도 미네랄이 느껴진다. 석회질 향이 도는 미네랄 향도 있다. 분필 냄새 같기도 하고 석고상이 가득 차 있는 미술실에서 나는 냄새 같기도 하다. 김상미 / 와인 칼럼니스트

● 바닷가 근처에 가면 공기 중에서 느껴지는 약간 짭짤한 뉘앙스 정도. 조수민 / 와인비전 WSET 아카데미 강사

● 휘발유, 유황 온천, 라이터 부싯돌, 젖은 콘크리트에서 나는 향이다. 이렇게 쓰면 좋지 않은 냄새라고 여길 수 있지만, 이 향이 더해지면 ‘복합적이다’라는 인상을 준다. 김새길 / 와인나라 아카데미 부원장

 

Oily

● 기름 향이 아니다. 질감을 뜻하는 말이다. 산도와 유질감은 양립이 어려워 뾰족한 산도가 있는 화이트 와인에서는 느끼기 힘들다. 유질감을 좌우하는 글리세린은 온도가 높으면 더 잘 발현되기 때문에 와인 온도가 좀 올라가면 더 ‘오일리’하다. 양진원 / 와인21닷컴 와인전문기자

● 입에 넣었을 때 느껴지는 글리세롤의 매끈함. 바디가 가벼운 와인은 입에서 빨리 풀어지지만 알코올 도수가 높은 화이트 와인은 유질감이 느껴진다. 오크통에서 숙성시킨 화이트 와인도 ‘오일리’하다. 조수민 / 와인비전 WSET 아카데미 강사

● 스위트 와인은 대부분 미끈거리는 질감을 가지고 있고, 화이트 와인 중에는 신대륙 샤르도네와 비오니에 와인이 대표적이다. 이 질감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두 종류의 화이트 와인을 비교 시음해보면 된다.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과 호주산 샤르도네를 준비해 각각 다른 잔에 따른 뒤 번갈아 마셔보면 차이를 알 테다. 김상미 / 와인 칼럼니스트

● 와인을 입안에서 데굴데굴 굴리면서 맛을 보다 보면 입안에서 실크 같은 감촉이 느껴지는 와인들이 있다. 그 느낌이 좀 더 풍부해지면 입 안에서 벨벳 같은 보드라운 감촉이 느껴진다. 실크 느낌의 와인은 바디가 조금 더 작고, 벨벳 느낌은 바디가 좀 더 크다. 김새길 / 와인나라 아카데미 부원장

 

Spicy

● 영어 단어를 그대로 해석하면 ‘매콤하다’인데, 와인에서 ‘스파이시’는 매운맛을 지칭하는 게 아니라 칠리파우더나 케이준 양념 정도에서 느낄 수 있는 향을 뜻한다. 칠레 카르미네르?와인에서는 신기하게도 우리에게 친숙한 고춧가루 향이 난다. 양진원 / 와인21닷컴 와인 전문 기자

● 향신료 향. 홍고추, 후추, 바닐라, 생강, 정향, 회향, 계피, 육두구 등 인도, 태국, 말레이시아, 모로코에서 먹는 이국적인 요리의 향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오크 숙성도 와인을 스파이시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김상미 / 와인 칼럼니스트

● 후추를 그라인더로 갈 때 나는 향, 카푸치노에 뿌린 시나몬 향. 조수민 / 와인비전 WSET 아카데미 강사

● 레드 와인 잔에 코를 대고 숨을 깊이 들이마셨을 때의 코를 간질이는 느낌. 매캐하면서 얼얼하고 동시에 시원한 느낌이 그것이다. 시라즈 품종에서 잘 느껴진다. 김새길 / 와인나라 아카데미 부원장

 

Yeasty

● 이스트는 와인을 발효시킬 때 쓰는 효모다. 포도를 으깬 즙에 이스트를 넣으면 이스트가 포도즙의 당분을 먹고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더 이상 먹을 당분이 없으면 이스트는 죽어 하얀 앙금이 된다. 이 하얀 앙금이 와인과 오래 접촉하면 와인에 이스트 향이 밴다. 레드 와인은 향이 진해서 섬세한 이스트 향을 느끼기가 쉽지 않지만,?화이트 와인에서는 비교적 쉽다. 빵 구울 때 나는 고소한 향, 생크림 향, 신선한 막걸리의 누룩 향과 비슷하다. 김상미 / 와인 칼럼니스트

● 요즘 많이 볼 수 있는 천연발효빵 향에 가깝다. ‘생이스트’ 그 자체에서 나는 향이 가장 정확한데, 요리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 향을 떠올리기 힘들 수도 있다. 브리오슈처럼 버터가 많이 들어간 빵에서 나는 향이 아니라, 빵 반죽 향에 가깝다. 양진원 / 와인21닷컴 와인 전문 기자

● 식빵의 속살이나 팝콘에서 나는 향과 비슷하다. 조수민 / 와인비전 WSET 아카데미 강사

● 갓 구운 식빵, 특히 공장에서 대량 생산한 식빵 봉투를 막 열었을 때 나는 냄새를 떠올려보면 된다. 가장 좋아하는 ‘이스티’한 와인은 잘 숙성된 샴페인이다. 잔에 코를 대면 빵 냄새가 훅 느껴지는데, 그 향 자체로 맛있다. 김새길 / 와인나라 아카데미 부원장

 

 

Hoppy

● 맥주는 사용하는 홉에 따라 꽃, 허브, 풀, 흙, 나무, 과일 등 수백 가지 향이 날 수 있다. 하지만 흔히 ‘호피하다’고 말할 땐 ‘쓴맛’을 나타낼 때로 한정 짓는 경우가 많다. 쓴맛이 사람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기 때문일 테다. 홉의 쓴맛은 솔 향이 도는 치약으로 양치를 하고 나서 오렌지류의 과일이나 음료를 마셨을 때 느껴지는 씁쓸한 맛과 비슷하다. 상쾌함을 머금은 긍정적인 쓴맛이다. 유럽의 나라들이 홉의 쓴맛보다 다양한 향을 이용했다면, 미국의 맥주는 홉의 쓴맛으로 사람들의 미각을 자극하는 경향이 있다. 손봉균 / 시서론, 브루웍스 강사

● 보통 몰트에서 날 법한 ‘몰티한’ 향을 제외한 시트러스 계열의 향, 과일 향, 풀 향, 흙 향, 나무 향, 멘톨 향이 나면 ‘호피하다’고 표현할 수 있다. 정확한 기록을 위한 단어라기보다는 맥주를 대략적으로 아울러 표현할 때 사용하는 단어다. 류강하 / 브루마스터

● 풀과 꽃의 중간 정도 향 같기도 하고 바이올린 활을 닦는 송진 냄새와도 비슷하다. 아로마 테라피 마사지를 받을 때 느껴지는 오일 향도 떠오른다. 홉의 향은 크게 두 가지, 흙 계열과 풀 계열로 나눌 수 있다. 흔히 맥주가 ‘호피하다’고 말할 때는 풀 냄새 계열의 향을 뜻하는 경우가 많다. 웨스트 코스트 쪽, 오레곤과 워싱턴 지역의 홉을 연상시키는 향이다. 김태경 / 시서론,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대표

 

Malty

● 맥주의 기본 재료인 보리와 쌀, 밀, 옥수수, 호밀, 귀리, 수수 등의 곡물로부터 나오는 향이다. 손봉균 / 시서론, 브루웍스 강사

● 몰트를 씹어 먹어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그런 경험이 없다면, 빵과 비교해보는 방법도 있다. 맥아를 약하게 로스팅하면 ‘참크래커’와 비슷하다. 곡식 맛이 담백하게 돈다. 중간 정도의 로스팅은 토스트 빵을 먹을 때 살짝 타서 잘라내는 끝부분을 씹어 먹을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 강하게 로스팅하면 커피 향이나 토피넛 향이 난다. 몰티한 향이 두드러지는 맥주로는 최근 국내에도 수입된 테넌츠가 있다. 스코티시 에일이 대체로 그렇다. ‘Fuller’s ESB’도 몰티한 맥주로 손꼽힌다. 김태경 / 시서론,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대표

● ‘호피하다’만큼이나 두루뭉술한 단어다. 맥아를 어떻게 얼마나 배합했는지, 얼마나 끓였는지에 따라 맛과 향이 많이 달라진다. 홉에서 날 만한 향을 제외한 나머지 향을 아우르며 탄수화물이 탔을 때 나는 향에 가깝다. 꿀, 캐러멜, 견과류, 흰 빵, 커피, 초콜릿, 건포도, 토스트, 건과일류, 간장, 까만 곡물, 감초 향이 날 수 있다. 류강하 / 브루마스터

 

Citrus

● 귤, 오렌지, 레몬, 라임, 자몽 등과 같은 감귤류 향이다. 역광이 비출 때 오렌지 껍질을 벗기면 즙에서 튀는 게 보이는데, 이때 맡을 수 있는 풀 향과 쌉싸래한 향까지 포함한다. 시트러스 향은 홉에 1~2퍼센트 정도 들어 있는 ‘에센셜 오일’에서 나온다. 전통의 맥주 강자인 유럽의 구세계 홉Old World Hop보다 미국, 뉴질랜드와 같은 신세계 홉New World Hop의 에센셜 오일에 시트러스한 향을 내는 물질이 더 많이 들어 있다. 손봉균 / 시서론, 브루웍스 강사

● 귤, 자몽, 오렌지를 주로 언급하는데, 귤은 사실 오해의 소지가 있다. 우리나라 귤은 단맛이 강해 시트러스와는 맞지 않는 부분도 있어서다. 보통 ‘상쾌하다, 새콤하다, 화하다’ 라고 표현할 수 있다. 과육보다 껍질에서 나는 향에 집중해야 한다. 요즘은 사워 맥주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는데, 이 맥주 역시 신맛이 두드러지지만 시트러스와는 또 완전히 다른 결이다. 시트러스가 ‘새콤’이라면 식초 같은 맛의 사워 맥주는 ‘시큼’으로 분류하는 편이다. 그래도 여전히 미진한 느낌이 든다면 시트러스는 코와 입을 자극하는 신맛이고, 사워 맥주는 위와 , 그리고 침샘을 자극하는 신맛이라고 상상해보면 어떨까? 김태경 / 시서론,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대표

 

Peaty

● 스코틀랜드의 금주법 시절, 구하기 힘든 석탄 대신 주변 지대 땅 밑에 흔히 묻혀 있는 피트(이탄)을 사용해 위스키 밀주를 만들었다. 그 방식이 200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피트 향은 스카치 위스키만의 고유한 DNA가 됐다. ‘피티하다’는 표현은 병원 냄새, 크레졸 같은 소독약품 냄새와 비슷하다. 타르 향도 섞인다. 담배를 많이 태운 사람이 샤워하면 물이 머리를 타고 내려올 때 느껴지는 향이 타르의 기운이다. 더 진한 타르 향은 한여름 땡볕에 노출된 아스팔트 도로의 냄새, 혹은 이제 막 새로 포장된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그 냄새다. 여기에 어린 시절 상처를 소독하기 위해 바르던 빨간약인 ‘포비돈’의 요오드 냄새도 포함된다. 유성운 / < 싱글 몰트 위스키 바이블 > 저자

● 배탈 났을 때 먹는 ‘정로환’ 향과 같다. 맡아보면 더 설명하는 게 구차할 정도다. 피트 향은 스코틀랜드 지역에 따라 풍미가 조금씩 달라진다. 최북단 오크니 섬의 피트는 아주 진하고, 아일레이는 소금의 풍미가 더 풍부하다. 아일랜드의 피트는 온화하고 부드러운 편이며, 스카이 섬은 경쾌하고 신선하다. 성중용 / 디아지오 월드클래스 바 아카데미 원장

 

Smoky

● 스모키와 피트 향은 얼핏 비슷한 느낌이지만 정확하게 구분하면 ‘피트하다’가 더 큰 범위의 표현이다. 피트 향 안에는 스모키를 포함해 병원 냄새, 타르, 요오드의 향이 모두 들어 있다. 스모키는 훈제 향을 말하는 표현으로 나무를 태웠을 때 맡을 수 있는 향이다. 캠핑 가서 장작을 태우거나 어린 시절 외할머니 댁 부엌 아궁이에서 나던 향과 비슷하다. 훈제 오리, 훈제 소지지, 훈제 치킨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바로 그 향이다. 유성운 / < 싱글 몰트 위스키 바이블 > 저자

● 스모키는 오크 나무를 태우는 듯한 향이다. 스모키한 향은 피트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아메리칸 위스키에서도 스모키한 풍미를 느낄 수 있는데, 이 향은 오크통에서 기인한다. 증류한 술을 저장하기 전에 오크통 안을 불로 그을리는데, 이렇게 해서 술을 숙성시키면 위스키에 스모키한 향이 스며든다. 성중용 / 디아지오월드클래스 바 아카데미 원장

마시러 가요 –홍콩 메종 에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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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은 홍콩 ‘메종 에이트’로 간다. 

혹시 홍콩에 갈 계획이 있다면, 문 연 지 일주일밖에 안 된 따끈따끈한 바 ‘메종 에이트’를 구글맵에 꼭 찍어둔다. 이유는 여러가지다. 소호와 란콰이펑의 흥청망청한 술집 분위기가 좀 질렸다면 이곳이 우아한 대안이다. 맛있는 칵테일도 마시고 싶은데 루프탑 야경도 놓치기 싫을 때도 이곳이 확실한 답이다. 게다가 이곳에 가면 런던의 바 씬의 전설적인 칵테일 ‘마에스트로’인 ‘살바토레 칼레브레제’가 아시아에 첫번째로 만든 바Bar라는 화제성까지 누릴 수 있다. 눈과 혀가 돌아가는 혁신적인 칵테일은 없지만 기품 있고 산뜻한 한잔을 낸다. 소호의 빛나는 바 중에 하나인 ‘honi honi’ 출신의 파비엥 마르소가 ‘메종 에디트’ 헤드 바텐더 자리를 든든히 지킨다.


8 Observatory Rd, Tsim Sha Tsui


아이스크림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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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 않는 얼음이 당신이라면 녹여주고파. 심수봉 ‘이방인’

투게더 우리 모두는 안다. 병아리 뒤통수처럼 옅은 노란색의 이 아이스크림을 쇠숟가락으로 퍼먹으면 무슨 맛인지…. 빙그레 투게더는 1974년에 처음 탄생했는데, 42년이 지난 올해도 (동그란 상자에 든) 카톤팩 아이스크림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혀에 적극적으로 감기는 단 맛이 스트레스를 단박에 녹인다. 에스프레소를 뿌려 먹거나 기네스 맥주에 빠뜨려 먹어도 좋다. 한 팩, 7천원.

 

페르케노 이 아이스크림집이 없었다면 교통체증과 거대 아파트 단지를 헤치고 반포까지 찾아갈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피렌체 시뇨리아 광장에 있는 아이스크림집이 이곳에 있어 다행인 걸까…. 페르케노 젤라또는 하나하나 다 맛있지만 리조(쌀 맛)와 고소함이 터지는 참깨 캐러멜이 특별나다. 사진은 키위와 라즈베리 맛이 뒤섞인 한 덩이다. 세 가지 맛, 3천9백원. 서울특별시 서초구 잠원로 37-48 신반포4차아파트

 

젤라띠젤라띠 쫀득하고 차진 식감 덕에 먹고 나면 정말로 배가 부르다. 재료의 맛과 향이 꼼꼼하게 압축돼 들어간 터라 손에 든 콘이 괜히 더 묵직하게 느껴진다. 이천쌀맛 젤라또가 인기지만, 믿을만한 단골에게 최적의 조합을 추천 받았다. (아래) 화이트 민트 초콜릿 칩과 (오른쪽) 초콜릿 맛이다. 진득하게 달고 씻어내듯 ‘화~’하다. 두 가지 맛, 4천원.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17길 12

 

올드브릿지 이탈리아 바티칸에 있는 젤라테리아 올드브릿지의 한국 분점이다. 배낭여행 중에 이 집에서 젤라또를 먹어본 사람들은 고등학교 동창을 다시 만난 것처럼 이 맛이 반가울 테다. 달기보단 상큼하고 쫀득하기보단 시원하게 풀어지는 맛이다. 재료의 향도 최대치로 머금고 있다. 오른쪽 수박 젤라또를 혀끝으로 핥으니 여름을 와락 껴안는듯 했다. 두 가지 맛 3천5백원. 서울특별시 마포구 어울마당로 53

 

비스토핑 아이스크림 앞에 촌스러움이란 없다. 온갖 색깔이 발광할수록, 별별 토핑이 올라갈수록 목소리는 커지고 행복은 터질 듯이 부푼다. 신사역 근처 비스토핑에는 “더, 더, 더”를 외치는 듯 화려한 아이스크림 콘이 잔뜩이다. 유지방 함량을 높인 아이스크림에 아그작 씹히는 토핑이 꽂히면 주차장 한복판도 놀이공원이 된다. 토핑콘과 초콜릿 토핑까지 모두 더해 8천5백원. 서울특별시 서초구 신반포로47길 68

 

마피아 이곳은 형태도 맛도 개념도 와장창 부숴버린 이단아 같은 아이스크림집이다. ‘해장 엔 아이스크림’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술이 잔뜩 들어간 아이스크림을 판다. 베이스가 되는 아이스크림을 하나 고르고 디사론노, 압생트 같은 리큐르를 골라 그 위에 흩뿌린다. 술에 절인 젤리까지 올린 뒤 꽂아주는 센베로 눈치 볼 것 없이 퍼먹는다. 두 가지 맛과 두 가지 토핑, 7천5백원.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3길 17 광화문 D타워

 

펠앤콜 펠앤콜은 서울에서 가장 활기찬 아이스크림집이다. 제철 재료를 사용해 새로운 맛을 개발하고, 어디에도 없는 요리 같은 아이스크림을 낸다. 맥주와나 샴페인으로 술맛 나는 아이스크림도 많이 만든다. SNS에서는 강아지 전용 아이스크림이 이슈지만, 솔직히 매일 밤 끌어안고 자는 강아지라도 해도 이 아이스크림만큼은 양보하기 싫다. 녹아서 땅에 떨어진 건 위스키 캐러멜, 그 위는 코냑 맛이다. 두 가지 맛, 8천8백원. 서울특별시 마포구 와우산로 39-21

 

몰리스팝 유리 진열장 안에 도열한 팝시클을 보면 없던 동심도 피어난다. 홍대에 있는 몰리스팝에는 유난히 보드라운 색깔의 팝시클이 많다. 하지만 한 입 베어 물면 에딩거 맥주가 터지고, 막걸리가 터지고, 깔루아가 터진다. 달지 않고 물릴 정도로 느끼하지도 않아서 아이스크림으로 갈증해소도 가능하다. 간지럽도록 귀여운 외형인데 맛은 호쾌한 청춘이다. 한 개 3천5백원. 서울특별시 마포구 와우산로29바길 9 동우빌딩

 

마크렘 보석 고르듯 토핑을 고를 수 있는 곳이다. 단것에 단 것을 더하니 실패할 리 없겠지만, 토핑을 고르는 순간엔 폭탄 제거 전선을 고르는 것처럼 우주를 걸게 된다. 스물 다섯 가지 토핑 선택지 중에서 피스타치오를 고르고 화이트 초콜릿 드리즐을 흩뿌렸다. 기본 초콜릿 코팅바 4천 원에 토핑 하나가 더해질 때 마다 5백원씩 추가. 서울특별시 마포구 어울마당로 52


하겐다즈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은 편의점에서 부릴 수 있는 최고의 사치다. 그중 사진 속 쿠키앤크림을 고르는 건 가장 풍성한 단맛을 누리겠다는 의미까지 더하는 일이다. 입 안에서 으스러지는 쿠키 사이사이로 차가운 크림이 녹으면 두피 위로 찬바람이 지나는 기분이 든다. 사실 이 기사를 쓰기 전, 회사 뒤 볕이 잘 드는 벤치에 앉아 재빠르게 앞니로 쾅쾅 깨 먹었다. 쿠키앤크림 3천원.

르네 레드제피 셰프가 말하는 음식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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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제피 셰프가 레스토랑 ‘노마’를 접는다. 발효와 채집에 관한 새로운 문을 열기 위해서다. 그는 실패가 두렵지 않다.

2015년 가을, 르네 레드제피 셰프는 자기 레스토랑이 세상에서 차지하는 위상에 대해 골똘히 생각했다. 철학적 위상과 지리적 위상 모두 포함해서. “사람들은 ‘노마’를 현지 레스토랑으로 여겨요.” 레드제피가 말했다. “통념에 따르면 현지 레스토랑이라고 할 수 있지만 푸드 마일즈Food Miels라는 개념으로 보면 우리를 실상 폴란드식 레스토랑과 똑같은 곳으로 만들어버리는 거예요. 푸드마일즈는 아직 명확한 정의랄 것이 없긴 하지만, 2008년에 의회를 통과한 미국 농업법에 따르면 약 6백50킬로미터 안에서 식재료를 구하면 된다는 거니까요.”

서른여덟 살 레드제피는 기다란 계단 끝에 있는 넓은 탁자 구석자리에 몸을 곧추세워 앉는다. 찰랑찰랑하는 갈색 머리칼은 가르마를 타 넘겼고, 코미디언 데이비드 미첼을 닮은 구석이 있으며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인다. 이곳 ‘노마’는 2011년에 개축한 18세기 창고 건물 안에 자리 잡고 있다. 건물은 해사시대의 유산들을 되비추는 코펜하겐 중앙의 해수 수로변에 있다. 한때 소금에 절인 생선과 고래로 만든 생산품, 북대서양 전역에서 나는 유지와 모피들을 쌓아두던 곳이었다.

‘NFL’라고 부르는 이 공간은 덴마크 건축회사 3XN이 설계했으며, 조립식 가구를 놓은 사무 공간과 수경식 허브 정원(한련화, 레몬 버베나, 세인트 존스 워트, 라벤더들), 직원들이 밥을 먹는 식탁이 있다. 레드제피는 흰 요리사 재킷에 검정색 앞치마를 둘렀다. 그는 말할 때 생각에 생각을 포개는 것처럼 보인다. 생각을 신중하게 잇고 다시 한 번 사려 깊게 다듬은 후 대답한다.

레드제피는 종일 쾌활했는데(레드제피는 사투리 억양을 따라 하는 재능이 있었다. 런던 사투리가 미국 코미디언 딕 반 다이크보다 영국 배우 대니 디어에 더 가까웠다), 사람들이 파도처럼 이곳을 잇따라 쓸고 지나가는 동안에도 그랬다. 인턴들은 ‘프렙 키친(준비 주방)’에서 데스 메탈과 힙합을 들으면서 갓 도착한 식재료들을 분류했고, 옆문으로 나와 이곳에 앉아서 밥을 먹었다.(끼니는 생각보다 싸고 간소하다. 점심은 치즈를 올린 토스트, 저녁은 데친 생선과 샐러드.) 세 시쯤에는, ‘노마’의 본질을 이루는 제철 재료를 채집하는 꾼들이 커다란 플라스틱 바구니를 들고 나타났다. 스커비풀, 샘파이어, 어린 완두콩 싹, 바닷가에서 자라는 겨자와 사탕무, 쇠비름, 지채芝菜를 구하기 위해 해안선과 삼림지대를 헤집고 다닌 결과물이다. 오후에는 내내 잘 차려입은 손님들이 몰려와 ‘노마’의 시설들을 둘러보고, 일주일에 새 요리 여섯 개를(요리 하나를 개발하는 데 대락 80~90시간이 든다) 만들어내는 ‘테스트 키친(시험 주방)’의 사진을 찍었다. 허브 정원에서 나는 흙내와 유기물 냄새가 방 안을 가득 채운다. 문 옆에는 커다란 신발장이 있다. 이곳에서 ‘노마’의 모든 사람은 버켄스톡 코르크 슬리퍼로 갈아 신고 일터로 들어간다.

‘노마’가 2003년 2월 처음 문을 열었을 때, 재료를 공급받는 지리적 특성에 근거한 요리를 한다는 것이 철학이었다.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데에 끌린 야심 찬 요리사는 그 철학을 더 복잡하고 제한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레드제피는 이미 있는 요리를 위해 식재료를 다루거나 단순히 차용하고 싶지 않았다. “요리는 훌륭했어요. 하지만 우리만의 것은 아니죠.” 레드제피가 말했다.

매해 세계 최고 레스토랑 50곳을 발표하는 영국 월간지 < 레스토랑 >은 2010년, 2011년, 2012년 그리고 2014년에 ‘노마’를 목록 상위권에 올렸다. 이 무렵 ‘노마’에서는 새로운 감각이 생겨났다. 자신들이 억눌려 있었다는 것을 ‘노마’ 구성원들이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독창적이고 본원적인 것을 하려면 오랫동안 바뀌지 않고 유지되어온 서구적 상차림 형식을 부숴서 날려버려야 했다. ‘노마’의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라르스 윌리엄스 셰프는 이렇게 말했다. “12년 전 노마를 열었을 때, 북유럽 식재료로 가스트로노믹 레스토랑을 차린다고 하면 비웃음을 샀습니다. 최상급 레스토랑이라면 프렌치 비둘기 요리, 푸아그라, 캐비어를 내야 했습니다. 우리가 고집한 방식, 그러니까 현지 식재료로 설득력 있는 레스토랑을 만들수 있다는 생각이 그때는 비현실적인 농담이었습니다.”

프렙 키친에서 작업하는 ‘노마’의 인턴 요리사들. 데스 메탈과 힙합을 들으면서 신선한 재료를 분류하고 다듬는 작업을 한다. 이 작업이 끝나면 토스트와 샐러드 같은 간소한 점심으로 배를 채운다.

‘노마’는 모든 것이 얼어붙는 북유럽의 겨울을 나기 위한 식재료를 찾는 일에 매진했다. 양파류는 스톡홀름이나 함부르크에서, 각각 7백 킬로미터, 3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받아와야 했다. 그래도 다른 재료는 넉넉했고, 지금도 그렇다. “물고기는 겨울이 제철이에요.” 레드제피가 말했다. “살코기는 더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단단하고 뱃속은 곤이나 이리로 가득 들어차는 때죠. 간이나 다른 내장, 지방들도 모두 완벽하게 싱싱하고요. 조개류도 맛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죠. 성게알, 굴, 코끼리조개, 괴상하게 생긴 온갖 조개들의 살이 꽉 차올라 있어요. 그럼 이 재료들에 집중해보자는 생각에 다다르게 돼요. 이 기간 동안만 해산물 레스토랑을 하면 어떨까? 이곳에 있는 걸 그대로 요리해보면 어떨까?”

이후 전 세계 요리사들은 매월 바뀌는 식재료의 흐름을 주시하기 시작했고 계절과 지역, 이 두 가지에 근거해 메뉴를 만들었다. 계절성과 지역성은 ‘노마’의 모든 면모에 개성을 불어넣는 요소다. 음식부터 식기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노마’의 주방은 이런 관점을 반영한 형태로 구성돼 있다. 전통 주방은 프랑스식 조리법에 기반을 둔 군대 집단, 즉 전문 요리사들이 각자 소스와 생선 요리, 그릴 요리, 로스팅 작업을 책임지는 위계적 관점을 염두에 두고 구성한 것이다. ‘노마’의 주방은 더 유동적이다. 그리고 열매, 뿌리채소, 허브, 과일을 다듬는 과정이 모든 요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노마’의 작업 과정도 반영했다. 2013년에 개축하면서 검정 거석으로 보다 간결하게 만들었다. ‘노마’의 여러 작업 공간은 대다수 주방이 지닌 경직적 특성에 맞선다. ‘노마’의 요리사들은 모든 요리를 만들고 낼 줄 알아야 한다. 어차피 음악 때문에 잘 들리지도 않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모든 요리사가 열광에 가까운, 생생하고 팔팔한 기운으로 맡은 바를 완수한다.

석쇠로 굽는 작업은 건물 밖 웨버 케틀에 숯불을 피워서 한다. 소테 팬에 익히고 굽는 것보다 선호하는 조리법이다. “맛에 훈연 풍미를 더할 수 있고 감칠맛도 훨씬 더 끌어낼 수 있습니다.” 윌리엄스가 말했다. 단백질이건 채소건 모두 그릴에 굽고 마지막에 훈제 버터를 곁들여 풍성한 감칠맛이 돌게 한다. 웨버 케틀은 아침 일곱 시에 불을 피우기 시작해 밤 열한 시까지 쉬지 않는다. ‘노마’에서는 매달 웨버 케틀을 세 개씩 버린다.

요리는 이른 아침에 부분적으로 조합해둔다. 그중 어떤 작업은 의료용 족집게와 외과의사나 사용할 법한 기구로 한다. 다양한 소재를 더하느라 ‘노마’의 플레이팅 과정은 특히 더 복잡하다. 구운 채소, 가늘고 길게 자른 생선, 거품, 허브, 강판에 간 곤이, 소스, 식초, 베리류, 이끼, 돌덩어리가 일부는 풍경, 일부는 만찬이 돼 화사한 모습을 이루도록 서로 포개고 배열하는 것이다.

‘노마’의 발효연구실 앞에 선 ‘MAD’ 책임연구원 아리엘레 존슨. “발효는 프라이팬처럼 쉽게 쓸 수 있는 주방 도구예요.” 아리엘레 존슨은 윌리엄스와 함께 ‘노마’의 식품연구소인 ‘NFL’을 책임지고 있다. 얼마 전 짐바브웨 출장에서 식재료를 시식하다 배탈에 걸렸다. 하지만 새로운 분야에 관심이 많은 그녀에겐 이 일이 제격이다.

레드제피는 여기에 ‘놀랄 거리’를 꼭 더한다. 손님의 호기심을 일깨우거나 의표를 찌르는 것이다. 누설하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손님이 자리에 앉았을 때 앞에 센터피스처럼 보이는 꽃꽂이는 실은 전채요리다. ‘암탉과 달걀’ 요리를 주문하면 손님더러 젖은 짚더미 위에 놓인 섭씨 280도의 팬 위에 직접 야생오리 알을 깨서 부어달라고도 한다.

“우리가 하는 일의 모든 뿌리는 풍미와 미식에 대한 탐색이고, 그것은 우리의 주문呪文과 같습니다. 그런 게 있다면요.” 윌리엄스가 말했다.

윌리엄스와 아리엘레 존슨의 직무는 식품이 될 수 있는 것을 골라내고 다듬는 것이다. 주석 머그에 담은 블랙커피를 연신 홀짝거리는 뉴요커 윌리엄스는 가슴주머니에 펜 세 개를 꽂은 흰 요리사 재킷에 검정색 청바지를 입었고 아래팔에 존 밀턴의 < 실락원 > 첫 15행(최초의 불복종으로 인간은 금단 나무에 맺힌 과실을 맛봤으니 그 필멸의 맛은 죽음을 세상으로 불러들이고, 우리의 모든 비탄을…)을 문신으로 새겼다. ‘노마’에 오기 전, 윌리엄스와 그의 덴마크인 아내는 헤스톤 블루멘탈 셰프가 영국 버크셔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 ‘더 팻 덕The Fat Duck’에서 만났고 함께 태평양의 보트에서 개인 요리사로 일 년가량 일했다.(윌리엄스는 와일리 뒤프렌 셰프의 전설적 레스토랑이자 뉴욕에서 가장 각광받는 분자 요리의 성소인 ‘WD-50’에서도 한동안 셰프로 일했다.)

2009년 1월, ‘노마’에 온 윌리엄스는 주방에서 일을 시작했다. 일 년 후 레드제피는 윌리엄스에게 북유럽 식품연구소Nordic Food Laboratory(이하 NFL)를 맡아 코펜하겐 대학과 합작 투자 중인 식품연구 계획을 수행해달라고 부탁했다. 이후부터 ‘노마’와 ‘NFL’이 분리됐다. 그때 ‘NFL’은 ‘노마’ 옆 항구의 누선樓船에 있었다. 업무는 스칸다나비안 식재료를 혁신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윌리엄스는 ‘노마’에서 차를 타고 25분쯤 가야 하는 지역에서 서식하는 유럽불개미를 연구했다. 개미에게서 나는 풍미와 맛이 품은 다양한 가능성을 조사한 것이다. 코펜하겐 인근 숲의 한 종種에서 강력한 진저레몬그라스 맛이 난다는 것을 찾아냈다. 개미에게서 어떻게 그런 맛이 나는지 궁금해졌다. 윌리엄스는 특허 자료와 학술 자료들을 샅샅이 훑은 뒤에야 개미가 분비하는 페로몬의 상이한 화학구조와 그것이 맛과 맺는 관계를 도해한 문건을 발견했다. 그러자 막다른 골목이 들이닥쳤다. 윌리엄스가 컴퓨터에 띄워놓은 다이어그램에 당혹스러워하고 있을 때, 여름 동안 박사 학위를 끝내기 위해 ‘NFL’에서 일하던 존슨이 들어와 화면을 살폈다. “뭘 찾으려고 레몬그라스를 쳐다보시는 건가요?” 존슨이 물었다. 개미는 레몬그라스뿐 아니라 소나무와 라벤더에서 찾을 수 있는 분자로도 페로몬을 만들었다

“군집 곤충은 거의 페로몬이 있지만, 개미들의 페로몬이 가장 다양한 풍미을 내는 것 같습니다.” 윌리엄스가 말했다. “우리 레스토랑에서 쓰는 저 유럽불개미는 대부분 레몬과 아주 흡사한 산을 방어기제로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훨씬 더 다양한 풍미를 생성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오렌지나 고수, 박하 같은 풍미 말입니다.”

르네 레드제피 셰프

다양한 분야에 두루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NFL’ 같은 식품연구소의 일은 제격이다. 윌리엄스와 존슨은 방금 짐바브웨 출장에서 돌아왔다. 존슨은 출장 내내 배탈에 시달렸다. 우물물 때문이었는지 염소 내장 때문이었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반면 손에 잡히는 것을 모조리 맛본 것치고는 윌리엄스는 무척 건강했다. “광범위한 장내 미생물을 먹는 게 내 일입니다.” 윌리엄스가 말했다. “그러다 보니 소화기들이 더 왕성해진 겁니다.” 잠시 후, 윌리엄스는 일본의 삼림을 헤집고 다닌 채집 출장을 떠올렸다. ”이게 뭐지?” 윌리엄스는 방금 맛본 열매를 집어 들고 존슨에게 물었다. 존슨은 그게 까마중 열매, 그러니까 고독성 종자식물의 열매라는 걸 즉각 알아챘다. 그래도 윌리엄스는 멀쩡했다.

2015년 5월 어느 아침, 존슨과 윌리엄스는 ‘노마’의 무낭비 퇴비 기계를 시운전했다. 호주의 클로즈드 루프사에서 만든 것으로 1백 킬로그램의 음식물 쓰레기를 24시간 내 10킬로그램의 퇴비로 만드는 기계다. 윌리엄스는 퇴비를 맛본 적도 있다.

윌리엄스 “퇴비 기계는 젖산균을 활용하는 것이니까 못 먹는 건 아니죠.”

존슨 “그래요. 호열성 젖산균 같은 거죠. 독일식 김치에 있는 균종과 같아요. 내염성, 내열성이 엄청 세서 정말 안 죽는 것들이죠.”

윌리엄스 “그리고 그게 어떤 것을 집어넣든 24시간 안에 소화시켜버리는 거지. 솔직히 먹기 좀 그랬던 건 사실이야.”

존슨 “윌리엄스가 퇴비를 먹고 난 뒤 함께 여기 이 자료들을 모조리 뒤져봤어요. 온도 변화에 따른 사멸곡선을 찾으려고 시도했어요.”

윌리엄스 “그리고 말야, 일단 먹고 나니까 이런 질문이 떠오르더군. 내가 이걸 먹은 걸까? 이게 날 먹는 걸까?”

테이블이 12개밖에 없는 ‘노마’의 다이닝 공간이다.

‘NFL’의 직원들은 발효 연구에 시간과 노력을 많이 투입한다. 스칸디나비아에는 이스트와 미생물로 음식물을 보존해온 강력한 역사가 있다. 날씨가 온화한 기간이 무척 짧아서 식물들이 성장하기가 어렵다. “풍미가 폭발하는 재료들을 확실히 보존하고 이걸 먹을 수 있도록 저장하는 방법이 절실합니다.” 윌리엄스가 말했다.

‘NFL’은 그동안 숙성시킨 생선과 고기를 종종 너무 세게 훈제하거나 짜게 염장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피클도 너무 시게 담그고 있었다. 구성원들은 발효법을 갖고 놀아보기로 했다. 음식들을 주방 선반에 얼마나 오랫동안 놔둘 수 있는지 대신 풍미에 집중했다. 아시아, 특히 일본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 일본인들은 쌀과 콩, 수 천년 동안 축적해온 지혜에 바탕을 두고 요리법의 전체 근간을 이루는 발효기법을 창조해냈습니다. 믿을 수 없이 복잡하면서도 우아했습니다.” 윌리엄스가 말했다.

음식의 미래는 누룩균, 특히 누룩곰팡이균에 달려 있는 걸까? 일본 요리의 기초를 형성하는 코지 Koji라는 누룩에 요즘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2011년에 존슨은 스물여덟 살이었고 캘리포니아 대학 데이비스 캠퍼스에서 풍미화학과 미식에 관한 박사 논문을 쓰면서 ‘NFL’에서 하는 일들에 관해 들었다. 존슨은 그때 한 생각을 떠올리며 말했다. “요리를 탐구하는 연구소가 있는 레스토랑, 제가 정확히 하고 싶어 한 일이었죠.” 2012년 6월, 존슨은 함께 일하기 위해 연구소에 있던 마이클 봄 프뢰스트를 찾아갔다. 프뢰스트는 코펜하겐 대학 식품과학 부문에서도 역할을 맡고 있었다. 첫날, 존슨은 윌리엄스와 마크 에밀 톨스트럽 헤르만센을 만났다. 헤르만센은 ‘노마’의 푸드 심포지엄, ‘MAD’(덴마크어로 삭품이라는 뜻이며 ‘노마NOMA’ 뒤의 두 자가 여기서 나왔다. 앞의 두 자는 북유럽을 뜻하는 Nordic을 축약한 것이다)를 관장했다. 존슨은 2013년에 ‘노마’로 돌아와 정규직으로 일하기를 원했고 2014년 7월 코펜하겐으로 이주해 ‘MAD’의 연구책임자 됐다. “내 실제 직무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존슨이 웃으며 말했다.

존슨이 오고 얼마 뒤, ‘노마’는 컨테이너 네 칸을 인수했다. 그중 두 칸은 ‘노마’의 새로운 탐구, 윌리엄스의 말대로라면 “지구 최후의 날을 위한 계획”에 쓴다. 연구개발실로 쓰이는 그 사무실은 컨테이너를 포개 만든 곳으로 창문 한 쌍씩을 텄고, 안에는 오래된 이케아 주방과 중고품 긴 의자, 각종 요리 도구와 원심분리기 같은 과학 장비가 있다. 가파른 철제 계단으로 올라갈 수 있는데 디디는 발판이 거의 사다리 발받침에 가깝다.

컨테이너 내부는 일곱 가지 발효실로 나눠 놨는데 각 발효실 온도는 섭씨 영하 30도에서 영상 60도, 습도는 0에서 1백 퍼센트 사이로 각각 다르게 조절할 수 있다. 거의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윌리엄스와 존슨이 손수 지은 것이다. “배선 작업에만 일주일이 필요했습니다. 화요일 새벽 두 시에에야 간신히 전기가 들어왔습니다.” 윌리엄스가 말했다. 존슨은 제어반을 모두 재조정해야 했다.

‘NFL’에 있는 화이트보드 앞에 선 총책임자 라르스 윌리엄스. “북유럽 식재료로 파인다이닝에 도전하는 건 무모해 보였어요.” 뉴욕 출신인 윌리엄스는 존 밀턴의 < 실락원 >을 팔뚝에 문신으로 새겼다. ‘더 팻덕’과 ‘WD-50’에서 요리 경력을 쌓았고, 2009년 노마에 합류했다. 스칸디나비아의 식재료를 어떻게 혁신적으로 요리에 활용할지 연구한다.

두 사람은 가장 더운 발효실을 ‘가룸’실이라고 부른다.(가룸garum은 로마시대에 널리 쓰인 액젓으로 생선의 피와 내장을 발효시켜 만들었다.) 이곳에서 연구하는 것은 주로 단백질 발효로, 섭씨 55도에서 60도 사이에 최적점에 도달하는 효소 작용이다. 흑마늘 같은 채소 재료의 효소 발효는 인접한 발효실에서 개발한다. 누룩곰팡이균을 배양하는 발효실의 온도는 섭씨 33~35도 사이로 유지하고 습도를 높인다. 발효실은 한데 모여 있는데, 온도가 새어나가는 걸 막기 위해서다.

두 사람은 수확량이 고조에 이르는 9월이면 발효실 한 곳을 거대한 탈수기로 만든다. 섭씨 40도, 습도율 0퍼센트의 바람을 불어넣어 건조 과정을 촉진시킨다. 식초실과 콤부차(녹차 발효를 기본으로 한 음료)를 개발하는 젖산발효실은 괜찮다. 두 곳 모두 밀폐된 컨테이너에 있고 비슷한 온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함께 저장할 수 있다. 가을 오리 사냥철이 막을 올리면 염지 작업도 함께 시작된다. 이 모든 것을 저장하는 일은 ‘노마’에서 늘 중대한 사안이다. 윌리엄스와 존슨은 최근 폐기한 배춧잎에서 간장 1백 킬로그램을 만들어냈지만 정작 보관할 곳은 생각하지 못했다.

두 사람의 대화는 끊이지 않는다. 음식 이쪽저쪽을 훌쩍 넘나든다. 존슨이 “고등어와 장난치는” 방법을 얘기하면 윌리엄스는 “그때 막대한 메뚜기를 잡아들인” 얘기를 덧붙있다. 두 사람은 메뚜기로 앳젓을 만들어봤고 메뚜기액젓의 “단백질량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는 얘기를 한다. 액젓 대화는 이어진다. 이 맛조개앳젓은 간장과 흡사하고 저 오징어액젓은 로마시대 액젓을 복원한 것에 가장 가깝다는 식이다.

“지금도 음식 분야에선 수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어요, 특히 과학을 접목한 레스토랑에서는요. 한 번도 끝난 적이 없죠.” 존슨이 말했다. “요리사가 미생물 생화학이나 풍미의 결합과 기질에 관한 화학 지식을 조금만 갖추고 있으면 식재료를 미세하게 조정할 수 있어요.” 윌리엄스는 자신들의 방법론을 ‘천연 생물공학’이라고 묘사한다. 발효는 오븐이나 프라이팬처럼 요리에 활용할 수 있는 주방 도구와 같다는 전제로 시작한다.

‘노마’의 개발책임자 마크 에밀 톨스트럽 헤르만센 “그동안은 새로운 ‘노마’를 만들기 위해 연습한 거죠.” 헤르만센은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공부한 사회인류학자다. ‘노마’가 운영하는 비영리조직이자 푸드 심포지엄인 ‘MAD’를 이끌고 있다. 그는 새로운 부지로 이주하는 프로젝트도 은밀히 추진했다.

“가끔 과학자처럼 요리하는 셰프 이야기를 들으면 사람들은 ‘창조적 과정에 합리성을 도입하려는군’ 이렇게 생각을 하겠죠.” 존슨이 말했다. “하지만 절대 아녜요. 전 그 창조적 과정에 합리성을 도입할 마음이 전혀 없어요, 합리성이 창조성을 망쳐버릴 수 있으니까요. 과학은 어느 것이 맛있다고 말하기 위해 여기 있는 게 아녜요. 과학은 물질들이 작동하는 방식을 알려주고, 그것을 통해 셰프가 갖고 있는 것들을 더 창조적으로 다룰 수 있게 해주는 거죠.”

올해 말이면, 지금과 같은 형태의 ‘노마’는 지구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올해 1월엔 총 80명에 달하는 전 직원이 호주 시드니의 창고 건물로 캠프를 옮겼다. ‘노마’의 새로운 모습을 그려보기 위해서다. 2015년 도쿄 만다린 호텔에 문을 연 분점처럼, 2012년 런던 클라리지 호텔에서 팝업 레스토랑을 연 것처럼 말이다. ‘노마’는 그 나라에서 난 식재료로 완전히 새로운 요리를 만드는 것 정도가 아니라, 아예 직원 80명과 그 가족들 모두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새 도시로 이주하게 했다. 시드니의 팝업 레스토랑이 끝나면 5월에 코펜하겐에서 재개장하기로 돼 있지만, 이 공간도 12월 말이면 문을 닫는다.

그 후 ‘노마’는 목가적인 새 부지로 터를 옮겨 새로 문을 연다. 그리고 더 크고 야심만만한 계획에 착수할 작정이다. 기존 ‘노마’에서 북동쪽 방향으로 자전거로 5분을 가면 덴마크 해군이 한때 광석을 보관하던 군용 창고 건물이 나온다. 히피와 무정부주의자들의 공동체인 크리스티아니아를 치맛자락처럼 감싼 동네다.

개발책임자 마크 에밀 톨스트럽 헤르만센이 건물 옥상으로 이어진 벽돌 계단을 성큼성큼 걸어 올라가는 동안 잿빛 구름이 하늘을 가로질러 스친다. 건물은 두 호수 사이에 난 길고 좁은 매립지에 자리 잡고 있다. 사회인류학자 헤르만센은 옥스포드에서 공부했고 1971년에 단종한 모리스 마이너 자동차를 몬다. 식품에 관한 진취적 사상가들의 가장 영향력 있는 규합이라고 할 수 있는 ‘MAD’를 이끌어왔다. 헤르만센은 지난 삼 년간 레드제피 팀의 일원으로 참여하면서 ‘노마’를 덴마크 건축가 비야르케 잉엘스가 설계한 완전히 새로운 장소로 이동시킬 계획을 은밀히 추진했다. “지난 수년간 이 지역에서 할 요리법을 학습하고 연구해왔잖아요. 우리가 늘 연습해오던 레스토랑을 만들 겁니다.”

‘NFL’에 있는 원심분리기. 주스, 견과류 우유, 장미기름 같은 걸 정화하는 데 쓴다.

새 부지는 아직 버려진 공간과 다름없다. 그래피티 작가들에게 점령당해 빈 스프레이 페인트 캔이 바닥에 나뒹군다. 길이 1백 미터의 단층으로 현 레스토랑보다 훨씬 큰 규모다. 이곳에 사무실과 체련실을 비롯해 훈제장과 석조 화덕이 들어설 것이다. 허브와 채소를 심을 정원을 조성하고 작물이 늘어나면 호수에 부유식 평판도 띄울 예정이다. 옥상에는 겨울에 구할 수 없는 식재료를 키울 온실이 들어선다. 현재 쓰지 않는 녹지 대부분은 야생베리 덤불로 덮여 있는데, 그건 그대로 놔둔다. “너무 꾸며놓고 싶지는 않습니다.” 헤르만센이 말했다.

새 ‘노마’는 현 생산자, 납품업자들과도 계속 관계를 이어갈 예정이다. 레스토랑은 농부들과 공유할 더 많은 퇴비를 생산할 것이고, ‘노마’의 요리사들은 땅에서 일하는 법과 그 땅이 담긴 요리가 어떻게 표현되는지 더 확실히 배울 것이다.

“꼭 필요한 것을 키우고 가능한 한 자급자족할 수 있는 방법을 시도할 겁니다.” 윌리엄스가 호수 앞에 서서 말했다. 그곳에 서면 완공된 ‘노마’를 찾은 손님들이 탁자에 앉아 바라보게 될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접시 위에 올라오는 모든 것이 우리가 일구고 키운 것들이 될 겁니다. 우리가 접시 위 모든 요소를 통제할 겁니다.”

그래피티 작가들이 쓰고 버린 병과 모닥불 피운 흔적이 남아 있는 창고 안에서 헤르만센, 윌리엄스, 존슨은 배치도를 그렸다. 발효주방과 실험주방, 식기와 수저를 제작할 작업실, 고객사무실, ‘MAD’ 사무실, 체련실, 직원 식당, 준비 주방, 요리 주방 그리고 전체 부지로 따지면 빙산의 일각이지만, 지금과 비슷할 식사 공간까지….

위)원래 있던 벌집들을 남겨놓은 노마의 중앙 현관. 올해 12월까지만 이 장소에서 영업하고 이후엔 여기서 자전거로 5분 거리에 있는 새 부지로 장소를 옮긴다.

테이블 12개짜리 식당이지만 ‘노마’의 영향력은 강력하다. 2015년 가을, ‘MAD’는 성인과 아동을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한 국제 채집 학교를(레드제피는 “그건 아이들의 삶을 풍성하게 하고 더 심오한 방법으로 그 아이들과 자연을 희망차게 연결해줄 거예요” 하고 말했다) 출범했고, 이번 봄에는 예일 대학교에서 ‘노마’ 최고지도자 양성 프로그램을 열 예정이다. 레드제피는 자신의 통솔 방식을 가다듬는 데 수년이 걸렸다고 인정한다. “모든 것을 장기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단계에 접어 들었어요. 어떤 상황에서는 나라는 존재를 물리적으로 없애야 했어요.” 레드제피가 말했다. “정말 대단한 결정이었지요.”

‘노마’의 레스토랑, 연구개발실, ‘MAD’를 다 둘러보고 나면 한 가지 명확해지는 것이 있다. 레드제피가 레스토랑보다 더 값진 것을 좇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음식을 매개로 한 글로벌 공동체를 지으려는 것 같다. “우리가 성장해나가는 공동체로서 함께 일할 수 있고 서로에게 의지한다면 우린 각자 다른 일을 하지만 한 몸을 이루는 거지요. 그건 음식을 통해 인생을 탐험하는 일이면서 동시에 이 모든 것은 재정적 성공과 지속 가능성과 한 줄로 이어져 있습니다. 팀워크가 그러듯이요. 우리가 함께 일한다면 결국 우리 각자는 더 성공하게 될 거예요.” 레드제피가 말했다.

‘노마’가 완전히 새로운 요리를 그 지역에 맞게 개발할 수 있었던 힘은 위와 같은 생각에서 나온다. 그 과정은 현지 생산물을 최대한 많이 맛보고 그 지역 생산물에 밑바탕으로 한 향신료를 창조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러고 나서야 그 위에 요리를 쌓아올리는 과정을 시작한다. 윌리엄스는 최근 일본과 짐바브웨를 둘러보고 온 뒤 이렇게 말한다. “재료 본연의 맛에 근접하기 위해선 직관을 활용해야 합니다. 그 맛을 뒤집어보고 완전히 다른 형태로 바꾸는 것도 본연의 맛을 따라가면 가능합니다.” 시드니 ‘노마’는 이제 막 첫 삽을 떴다. 일정은 빡빡할 것이다. 윌리엄스는 2014년 크리스마스를 야생오리 1백 마리의 털을 뽑으면서 보냈다. 도쿄의 ‘노마’ 팝업 레스토랑 개장 준비 때문이었다.

초콜릿으로 감싼 식용 이끼를 준비하는 르네 레드제피와 그의 팀.

도시와 농장이 끊임없이 교류하도록 유도하는 ‘노마’의 방식은 레스토랑 주변의 공동체까지 개발할 것이고, 어쩌면 미식의 상위 계층 너머 인류의 먹는 방식에까지 광범위한 충격을 던질 수도 있다. ‘노마’의 납품업자들은 철저한 품질관리 과정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납품업자들은 실험도 해야 한다. 버터 납품업자는 ‘보그 버터bog butter’를 개발하고 있다. 18세기 스코틀랜드인들이 수확한 우유를 토탄습지에 묻었다가 건초로 걸러내면서 독특한 풍미를 내는 우유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노마’는 처음엔 버려진 창고에 자리를 잡았다. 그때 그 ‘노마’는 이제 새로 지은 해안 아파트에 둘러싸여 있다. 레스토랑과 시 중심지를 잇는 보행자 전용 다리는 거의 완성 직전이다. 20미터 확장 하나만 남겨놓았다. ‘노마’는 이제 변방이 아니다. 그러니 이제 옮겨야 한다.

레드제피는 이렇게 말했다. “수입 대부분을 레스토랑 실험에 쓰고 있다고 생각해봐요. 엄청난 거죠. 그러니 전혀 다른 분야를 공부하고 세계를 탐험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데 애정이 있기 때문에 이 일을 한다는 걸 늘 머리에 새겨야 해요. 잘 모르는 사람들을 다독여가며 일해야 하고 실패가 늘 그렇듯 비참한 기분도 엄청 자주 들 겁니다. 생각보다 터프한 일이죠. 이만하면 괜찮다는 타협적인 생각으로 어떻게 정신이 깃든 환경을 만들겠어요? ‘노마’에서 하는 모든 결정은 배짱이고 우리의 절실함입니다. 일과 가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과 공동체를 확장해나가는 일은 엄청난 위험을 감수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기꺼이 모든 위험을 떠안을 줄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레스토랑이 여기서 일 년도 못 버티고 없어질 수도 있는 위험을 짊어지고 가는 거다.’ 나에게도 물어봐요. 내가 그런 위험을 품고 살 수 있을까? 물론이죠.”

 

변화를 위한 시작

“우리가 원하는 건 음식으로 세상을 바꾸는 겁니다.” ‘MAD’의 개발책임자 마크 에밀 톨스트럽 헤르만센이 말했다. ‘노마’의 비영리조직인 ‘MAD’는 식품 정보를 공유하는 일을 한다. 2011년에 시작한 연간 ‘MAD’ 심포지엄에서는 세계 유명 셰프들이 발표할 뿐만 아니라 화학자들, 농부들, 곤충학자, 농학자, 성게 캐는 잠수부까지 직접 나와 얘기한다. 더 나아가 ‘MAD’는 식품저술 개요서를 제작하고 성인과 아동을 위한 야생식품과 채집법에 관한 디지털 플랫폼까지 출범했다. 예일 대학교를 위해 경영수업을 고안하고 세계은행의 자문단으로 활동하기도 한다. “요리사의 창조적 잠재력은 레스토랑을 통해서만 발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식품은 정치, 영양, 지정학, 문화, 직업, 굶주림, 미식의 교차로에 서 있습니다.”

정물이 된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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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에이오르타 Aorta는 레스토랑 ‘노마’의 고전이 된 요리 세 가지를 정물사진으로 옮겨 담았다.

구운 야생오리 훈제 버터와 발효시킨 호밀빵, 물로 만든 피막을 유약처럼 겹겹이 발라가며 구운 야생 덴마크 오리.
침엽수림의 풍미와 초콜릿 송염 초콜릿을 올린 핀란드산 순록이끼, 블랙커런트 가루를 뿌린 레몬 버베나 초콜릿, 생감초를 더한 발효 그물버섯 초콜릿, 버베나 가루를 뿌린 괭이밥 초콜릿.
구운 베이비콘과 염지한 달걀노른자 진취적이고 친환경적인 덴마크 농부 소런 위우프가 재배한 베이비콘에 염지한 달걀노른자와 쇠고기 향신즙을 바른 뒤 켈프 기름, 레몬타임, 훈제소금과 함께 냈다.

맥주 전문가들의 아버지, 레이 다니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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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서론의 창시자, 맥주 전문가들의 아버지, 레이 다니엘스를 성수동 ‘어메이징 브루어리’에서 만났다.

시서론 프로그램을 만든 당신에게 묻고 싶다. 시서론이 뭔가? 브루어리에서부터 소비자까지, 맥주가 전달되는 모든 과정에서 맛의 변형을 최소화하고 품질을 최대화하는 사람. 동시에 맥주 정보를 소비자에게 가이드해주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시서론은 주로 어디서 일하는 건가? 브루어리, 도매업, 업장, 세 가지 서로 다른 비즈니스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한다. 기본 단계인 ‘시서론 비어 서버’로 인증 받은 사람들은 주로 소비자와 접점에 있다. 현재 비어 서버는 6만8천 명 정도다. 그중 67퍼센트가 미국인이다.

시서론을 설명하기 위해 ‘비어 소믈리에’라는 수식이 따라 붙는 경우가 많아 업장의 업무로 한정해서 생각했던 것 같다. 와인은 10달러부터 1천 달러까지 가격대가 다양하지만 맥주는 그렇지 않다. 소믈리에가 와인 매출액에 부담과 책임이 있다면, 시서론은 그보단 전체 맥주가 골고루 빨리 소진될 수 있도록 추천하는 데 신경 쓴다. 와인은 셀러에 오래 보관할 수 있지만 맥주는 그렇지 못하니까. 그래서 와인 업계에선 한 명의 소믈리에가 와인 리스트를 짜고 추천하는 일이 가능하지만, 맥주 업계에선 소비자와 만나는 모든 서버가 맥주를 잘 알아야 전체가 잘 돌아간다.

시음에 한정해본다면? 와인은 작황이나 숙성에 따라 매해 맛이 달라진다. 하지만 맥주는 늘 같은 맛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맥주 시음은 주로 ‘품질 유지’에 중점을 둔다. 당연히 기술적이고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영역이 강조된 시음이 이어져왔다. 뛰어난 시서론은 일상적이며 시적인 용어로도 맥주를 설명할 줄 알아야 한다. 시서론 인증의 가장 상위 단계인 ‘마스터 시서론’이라면 셰프와 페어링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요리 언어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마스터 시서론 되기가 어렵다. 전 세계에 딱 11명 있다.

최근 몇 년간 미국에서 크게 성장한 크래프트 맥주 시장과도 시서론은 떼려야 뗄 수 없겠지? 물론. 크래프트 맥주의 발전으로 똑똑한 소비자가 정말 많아졌다. 영업, 판매, 유통하는 사람들보다 더. 맥주의 품질이 보장되지 않은 펍에 가서 서버에게 “시서론 인증 좀 받아보지?”라고 말하는 소비자가 많아진다는 건 정말 큰 변화다.

돔 페리뇽의 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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돔 페리뇽은 늘 정제된 언어로 말한다. ‘돔 페리뇽 P2 1998’을 소개하는 팝업스토어도 그랬다. 검고 짙은 외벽, 빨려들 것만 같은 쫀쫀한 영상, 그리고 섬세한 균형의 샴페인 한잔. 돔 페리뇽 P2는 ‘절정(플레니튜드) 2’라는 뜻이다. 기존 P1보다 긴 16년의 앙금 숙성을 거쳤다. 숙성을 절정이라고 표현하는 것 역시 돔 페리뇽만의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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