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디작은 증류소에서
요즘 제일 뜨거운 술은 가장 작은 증류소에서 나온다. 지난 10년간 미국의 ‘크래프트 증류소’가 35개에서 7백50개로 팽창했다. 금주법 이후로 제대로 손댄 적 없던 법규가 풀리면서 괴짜 증류소들은 살 판이 났다. 이 술이 그 결과물이다. 도심의 작은 증류소에서 만든 술 열두 가지는 이렇게 생겼다. SOUTHERN AMARO LIQUEUR 하이 와이어...
View Article동네 밥집같은 프렌치 레스토랑
프렌치 요리가 봄날을 지나면서 더 가벼워졌다. 확 달라진 공기는 새로운 동네에서 시작됐다. 연남동과 성수동에 이제 막 문을 연 프렌치 비스트로 네 곳을 찾아갔다. 메뉴판을 보며 숫자 계산을 하지 않아도 되는 가격, 눈치 볼 것 없는 분위기, 무엇보다 훌륭한 음식. 서울의 프렌치 비스트로는 이제 진짜 시작이다. 랑빠스81의 전지오 셰프와 주방 안쪽의 송홍윤...
View Article론 와인의 영광
보르도의 열풍에 걷히고 나니 가장 먼저 보이는 곳이 론이다. 론 와인은 지금 가장 뜨겁다. ‘폴 자불레’는 론 지역 에르미타쥬에서 시작해 이름을 떨치는 와이너리다. 2005년 새로운 가문으로 인수되었지만, 걱정과는 달리 영광은 바래지 않았다. 한옥을 개조한 레스토랑 ‘단아’에서 폴 자불레의 세일즈 디렉터 그웬 쉐네와 함께 맛 본 ‘에르미타주 라 샤펠...
View Article정물이 된 요리
사진가 에이오르타 Aorta는 레스토랑 ‘노마’의 고전이 된 요리 세 가지를 정물사진으로 옮겨 담았다. 구운 야생오리 훈제 버터와 발효시킨 호밀빵, 물로 만든 피막을 유약처럼 겹겹이 발라가며 구운 야생 덴마크 오리. 침엽수림의 풍미와 초콜릿 송염 초콜릿을 올린 핀란드산 순록이끼, 블랙커런트 가루를 뿌린 레몬 버베나 초콜릿, 생감초를 더한 발효 그물버섯...
View Article마시러 떠난다 –타이페이
런던, 뉴욕, 도쿄만 칵테일의 도시인가? 요즘 뜨는 ‘바의 도시’ 다섯 곳을 고르고, 바텐더 다섯 명이 이 도시에서 이틀간 쉼 없이 마실 수 있는 ‘바 호핑’ 동선을 짰다. 대만에서 생산하는 ‘카발란’ 위스키의 품질과 인기만 봐도 이 도시의 바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일본만큼은 아니지만 위스키 종류가 풍성하고 전체적으로 활기차다. 우리나라로 치면 한남동에...
View Article마시러 떠난다 –교토/나라
도쿄 긴자의 바와 비교하면 교토의 바는 고집과 무게가 묵직하다. 바텐더가 손님의 의견에 좌지우지되는 느낌이 없고 그래선지 묘한 자존심도 느껴진다. 일본이 트렌디한 칵테일 기법을 받아들이는 데 주저한다고 해도 교토에 비하면 긴자는 유연한 편이다. 교토의 전통성에 순박함이 좀 더 가미된 곳이 (둘째 날 일정으로 넣은) 나라의 바다. 나라의 한적함과 나라 바...
View Article마시러 떠난다 –싱가폴
싱가포르 바와 바텐더를 유난히 좋아한다. 젊고 편하고 신난다. 칵테일을 만드는 기술도 어느 도시 못지않게 옹골차다. 일본처럼 숨막히게 정확한 느낌도 아니고, 미국처럼 슬렁슬렁 편해 보이지도 않는다. 첫째 날은 고급스러운 바 두 군데를 몰아서 가고, 둘째 날은 북적북적 신나는 곳으로 여러 곳 다녀볼 수 있게 골랐다. 김민홍(청담동 ‘키퍼스’)...
View Article마시러 떠난다 –시카고
뉴욕 바 호핑도 좋지만 원하는 곳에서 술을 마시려면 늘 긴 줄을 참아야 했다. 어쩐지 긴장한 듯한 바텐더가 많은 뉴욕에 비하면 시카고는 평화로운 마음으로 바 호핑을 즐길 수 있는 도시다. 시카고 시내는 강남구와 서초구를 합쳐놓은 듯한 크기라 차를 타고 이동하면 20분 내로 돌아다닐 수 있다. 권경욱(청담동 ‘원티드’) DUCK INN 2014년...
View Article마시러 떠난다 –상하이
상하이에서 열 군데 가까운 바를 돌아다니면서 공통적으로 물은 것이 “언제 문을 연 곳인가?”다. 2년이 채 되지 않은 곳이 많았는데, 우리나라보다 바 문화는 늦었지만 자국의 색깔을 담은 칵테일 종류가 많아 놀랐다. 바마다 캐릭터도 확실하고 인테리어도 모두 달라 둘러볼 맛이 났다. 김현철(이태원동 ‘칼로앤디에고’) SPEAK LOW 2016년 아시아...
View Article성수동의 ‘어메이징’한 브루어리
성수동에 ‘어메이징’한 브루어리가 새로 문을 열었다. ‘핫’한 동네 성수동에 생긴, 분위기 좋은 펍이라고 이곳을 소개하는 것은 납작하고 간략하다. 이런 수식어만으로는 ‘어메이징 브루어리’의 풍성한 면면이 다 보이지 않으니까. 김태경, 박상재 두 대표가 품고 있는 야심이야말로 이 양조장의 백미이고, 유리 칸막이 너머로 보이는 설비는 이 양조장의 미래다....
View Article갓포 요리를 맛보려면?
겨울엔 잔뜩 배를 채우고 뜨거운 술로 몸을 데웠지만, 날씨가 더워지니 가볍게 조금씩 먹고 오랫동안 저녁을 즐기고 싶다. 청담동에 새로 문을 연 갓포 요리 전문점 갓포산은 이 욕망을 채워줄 확실한 곳이다. 잠실 ‘스시산’이 새로운 형태로 2호점을 낸 격인데, 신선한 해산물과 제철 식자재를 쓰면서 손이 많이 가는 작은 요리를 다채롭게 낸다. 지금 일본에서...
View Article송훈 셰프의 ‘에스테번’에 갔다
송훈 셰프의 새 레스토랑이 도산공원 앞에 문을 열었다. 송훈 셰프는 TV에서나 레스토랑에서나 항상 호쾌하게 말한다. 쏟아내고 흩뿌리기보다는 가볍게 심는 것 같은 말투…. 늘 세심하게 단어를 고른다는 건 몇 마디 나눠보면 알 수 있다. 청담동에 새로 문을 연 ‘에스테번’도 그의 말투를 닮았다. 한 접시 위에 캐주얼하게 담긴 요리의 첫인상은 호쾌했다. 포크와...
View Article내 집 같은 술집
주상규 대표는 서교동 한쪽 골목, 2층과 3층이 이어진 공간에 식당을 내며 고민에 빠졌다. 여러 가지 뜻이 담긴 독특한 이름을 지어볼까도 했지만, 이탤리언 요리와 술을 판다는 의미만 정갈하게 담아 ‘이탈리안바’ 라고 지었다. 그 이름을 통해 비로소 집처럼 편안하고, 쉬는 듯이 놀 수 있는 곳이 완성됐다. 피자와 파스타에 절묘한 요소를 더했고, 손가락을 쪽쪽...
View Article몽중헌의 새 단장
몽중헌 청담점은 터줏대감처럼 그 골목을 지키고 있다. 최근 리뉴얼을 통해 엷고 푸르른 빛으로 바뀌었는데, 그와 대비라도 하듯 붉고 강렬한 ‘사천 요리’ 코스를 여름 특선으로 내놨다. 리듬감 있게 이어지는 매운맛과 시종일관 부드러운 식감이 여름을 견딜 힘을 준다. 사진 속은 위부터 발채 삼고와 사천식 깐풍 통전복, 매콤 새우탕이다. 몽중헌 청담점...
View Article서울 야경, 탑클라우드52
삼성동 트레이드 타워 52층에 ‘탑클라우드52’가 새로 문을 열었다. 아니, ‘창을 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유리창 너머로 가상 현실처럼 펼쳐지는 야경이 입맛을 확실하게 돋운다. 메인 요리 하나를 고르고 애피타이저, 디저트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세미 뷔페’를 주문하면 내가 쓴 돈도 시간도 마음도 전혀 아깝지 않다. 탑클라우드52...
View Article발베니로 오세요
발베니 증류소의 홍보대사 데이비드 메이어와의 인터뷰. 발베니는 소규모로 생산하는 크래프트 위스키다. 요즘 유행하는 맥주처럼! 물론 말이 쉬운 거지만…. 만드는 일도 그리 어렵진 않다. 갑자기 ‘크래프트’로 만들게 된 위스키가 아니니까. 견습 생활을 수년간 해야 하는 규율이나, 한 명의 장인이 50년 가까이 일하는 풍토는 오래전부터 지켜온 일이다. 맛을...
View Article여름, 찰스 하이직 샴페인
찰스 하이직 샴페인의 브랜드 엠버서더 네드 굿윈은 좋은 샴페인을 두고 “쉴 새 없이 나에게 에너지를 주는 술”이라고 말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샴페인의 기포와 향기를 입 안에서 굴려보았는데, 과연 이 에너지는 내년까지 웃을 수 있는 그것이었다. 칠월은 샴페인이 제대로 터지는 계절. 오랜 시간을 들여 크림 브륄레 향을 입힌 찰스 하이직 한잔이면 여름이...
View Article여름 채소 이야기
여름엔 색이 더욱 짙다. 더울 때 한 줄기 바람이 되어주고, 기운을 선명하게 북돋우기도 한다. 여름 채소 이야기다. 요리사가 완성하는 채소의 맛 자연주의 요리사 로이든 킴은 농부와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농부가 키운 채소를 어떻게 요리하는지 맛도 보여주고, 어떤 채소가 필요한지 의견을 내기도 한다. 6월부턴 그대로 먹는 ‘샐러드 그린’과 최소한으로...
View Article색보다 맛, 로제 와인 이야기
로제 와인을 ‘로맨틱’에 가둘 수 없다. 로제는 어느 때보다 여름과 잘 어울리고, 어떤 와인보다 꼿꼿하다. 와인의 색깔이 맛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올드 빈티지 피노누아를 마실 땐 입을 대기도 전에 영롱한 색에 매혹되고 만다. 로제 와인도 분홍색과 연어색이 시각적으로 제공하는 특유의 부드럽고 섬세한 기운이 있다. 하지만 연인과의 특별한 날, 로제...
View Article와인의 그리스
지난 6월 15일, 그리스 와인을 소개하는 간담회가 플라자 호텔에서 개최됐다. 마스터 오브 와인인 콘스탄티노스 라자라키스의 발표에 따르면 그리스 와인이 세계에서 각광받기 시작한 된 건 불과 15년밖에 안 된다. 게다가 생산량의 80퍼센트가 자국 소비였으니, 우리는 그동안 그리스 와인을 까맣게 모르고 살아온 셈이다. 이름조차 정말 생소한 무궁무진한 토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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